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요구하며 집단 운송거부(총파업)에 나선 지 8일 만에 국토교통부와 합의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생산 중단 위기까지 내몰렸던 기업들은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에 안도했다. 다만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화물연대와 화주들의 시각차가 커 앞으로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경제단체들은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에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화물연대가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합리적 대화와 협력을 통해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현업에 복귀하기로 한 화물연대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운송 거부로 국가 주요 산업과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화물연대가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 산업과 수출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16개 지역본부가 총파업 돌입 8일 만에 파업 철회를 결정한 가운데 15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신항에 화물 차량들이 컨테이너를 싣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안전운임제에 대한 반대의 입장은 그대로였다. 무역협회는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합의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의 입법 논의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도가 화주의 일방적인 부담이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 왔다. 시장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안전운임제도의 지속 추진은 기업들의 국내 생산을 축소시키고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국토부·화물연대 합의 내용에) 안전운임제 일몰이 지켜지지 않고 그동안 제기해왔던 운영상의 문제점들에 대한 경제계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화주에게 일방적인 부담이 되는 안전운임제의 지속여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전날 5차 협의를 진행해 크게 3가지를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국토부는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화물차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다 ▲안전운임제 연장을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 ▲유가 상승에 따른 화물차주들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가보조금 제도 확대를 검토하고 화물차주의 운송 수입 보장을 위해 지원·협력한다 등이다.

합의 내용에 따라 국토부와 화물연대, 화주 대표 등은 안전운임제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안전운임제 제·개정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운임제 지속 여부가 관건이다. 안전운임제는 거리에 따른 화물차주의 최소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 2020년 도입돼 3년 일몰 조항에 따라 올해 말로 사라질 예정이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을 아예 없애 영구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끝까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국회 하반기 원 구성 즉시 일몰제 폐지를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화주 대표들은 안전운임제 도입 효과가 모호한 만큼 예정대로 일몰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5차 실무교섭에서 협상이 타결된 후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운임제를 유지할 경우 적용 대상을 늘릴지도 쟁점이다. 현재 화물자동차법에 안전운임 적용 품목은 특수자동차(화물차)로 운송하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한정돼 있다. 화물연대는 이를 모든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화주 단체들은 안전운임제가 유지되더라도 현행 품목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대법원이 수출입 컨테이너에 해당하지 않아 안전운임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환적 컨테이너와 품목 가운데 유일하게 별도로 운송원가를 책정해 온 철강재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방식과 구조를 두고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운임은 화물차주들이 운송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인 안전운송원가를 토대로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화주 단체들은 안전운송원가를 화물차주 대상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해 부정확하다고 평가해왔다. 특히 원가 항목에 차량감가상각비나 지입료 외에 통신비, 단체·협회비, 출·퇴근비, 세차비 등 화물 운송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비용까지 화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불만이 컸다.

화주 단체들은 또 현행 안전운임위원회 구성 역시 화주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해왔다. 안전운임위원회는 화주 대표 3명, 화물차주 대표 3명, 운수사업자 대표 3명, 공익 대표 4명이 참여하는데, 화주에게 비용을 받는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아 중립인 공익 대표를 제외하면 사실상 3 대 6 구조라는 것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운수사와 차주 모두 운임이 올라가면 함께 혜택을 봐 사실상 이해 관계가 같다"며 "안전운임위원회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화주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보다 나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지만, 최소한 현행 안전 운임제의 문제점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