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안전 운임제’ 지속·확대를 주장하면서 집단 운송거부(총파업)에 돌입한 지 일주일 만에 산업계 피해 규모가 최소 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전 운임제 시행 이후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차주의 일주일 수입이 약 51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400배 많은 경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14일 각 산업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출하 차질과 원자재 공급 문제 등으로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시멘트업계만 약 2조8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철강업계의 피해가 가장 컸다. 한국철강협회가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등 5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화물연대 파업 일주일 동안 철강제품 72만1000톤(t)을 출하하지 못했다. 철강제품 평균 단가가 t당 15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1조1200억원어치다.

지난 13일 경북 포항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선재창고에 출하하지 못한 선재가 쌓여 있다. /포스코 제공

울산·여수·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단지에서 화물연대가 제품 반출입을 막으면서 석유화학업계의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LG화학(051910), 금호석유(011780)화학, 롯데케미칼(011170) 등 8개사의 하루 평균 출하량이 평소 7만4000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하루 900억원, 일주일 동안 6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됐다.

자동차업계와 시멘트업계도 타격이 크다. 한국자동차협회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5700대가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국내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이 1대당 4759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약 2710억원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15만t 이상의 시멘트가 출하되지 못해 일주일 누적 피해 규모는 91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제 경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와 주류, 농수산 등 다른 산업도 물류난을 겪고 있고, 항만에서 컨테이너 반출입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수출입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협력사와 기초 소재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 등 산업 전반에 연쇄 피해가 나타나고 있어 전체 피해 규모는 2조원의 2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삼성전자그린시티캠퍼스 앞에서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를 지속해서 시행하고, 전 차종에 확대 적용할 것을 요구하며 이날까지 8일째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안전 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주와 시멘트 화물차주가 운행거리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소 운임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화주 또는 운송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2020년 도입, 3년 일몰 조항에 따라 올해 연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화물연대가 안전 운임제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제도 시행 이후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차주의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유가보조금을 포함한 컨테이너 화물차주의 월평균 순수입은 지난해 기준 366만원으로 안전 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보다 66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화물차주의 월평균 순수입 역시 224만원 증가한 425만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발생한 산업계 피해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컨테이너 화물차주는 2만3000명, 시멘트 화물차주는 3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안전 운임제 시행 이후 늘어난 순수입에 종사자 수를 곱하면 월 소득 증가분은 약 219억원이다. 이를 1주일로 계산하면 51억원 수준이다. 산업계 추산 최소 피해 규모가 400배 가까이 크다.

전체 화물차 종사자로 추산해도 산업계 피해 규모가 월등하다. 일반 화물차주의 월평균 순수입은 2019년 289만에서 지난해 378만원으로 89만원 늘었다. 일반 화물차주가 약 5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일주일 수입 증가분은 1038억원이다. 일주일 동안 누적된 산업계 손실 대비 20분의 1 수준이다.

물류 차질을 넘어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파업이 계속되면 경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출하가 지연된 경우는 나중에라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생산이 줄면 확정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계속되면 이번주 중으로 핵심 설비인 나프타분해시설(NCC) 운영을 중단하는 공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NCC 8기가 불을 끄면 하부 공정도 멈추기 때문에 매일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시멘트 생산을 위한 핵심 설비인 소결로도 이번주 말이면 국내 45기 가운데 절반가량이 가동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화물차주들의 피해도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생산 중단이 본격화하면 결국 화물차주의 일감이 줄고, 당연히 소득도 감소할 것”이라며 “모두가 불행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화물연대가 하루빨리 파업을 멈추고 현업에 복귀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