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양대산맥 중 하나인 무림그룹이 창업 3세 경영 3년차를 맞은 가운데, 승계작업을 거의 마무리 해 이도균 대표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고(故) 이무일 무림 창업주의 장손이자, 이동욱 회장의 장남이다. 지배력은 공고하지만, 경영 실적은 3세 경영체제 이후부터 악화하기 시작해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14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무림그룹은 이동욱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도균 대표는 지난 2020년 무림그룹 핵심 계열사인 무림에스피(무림SP(001810)), 무림페이퍼(009200), 무림P&P(009580) 등 3개 상장사의 사장에 올랐다. 무림SP는 그룹 지주사로, 무림페이퍼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무림페이퍼는 무림P&P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무림그룹은 무림캐피탈, 무림파워텍, 대승케미칼, 무림로지텍 등 4개 비상장사를 계열사로 더 두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 이동욱 회장·이도균 대표, 계열사 임원 겸하며 지분 장악

무림그룹 7개 계열사 모두 이동욱 회장과 이도균 대표가 다수의 임원직을 겸하면서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3개 상장사 회장(비등기임원)으로 올라있고, 3사 사장인 이 대표는 계열사 4곳에도 이사(등기임원)로 올라 있다. 다수의 회사에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어 이 회장은 3개사로부터, 이 대표는 7개사로부터 보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무림페이퍼와 무림P&P로부터 1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이 외의 연간 보수액은 각각 5억원을 넘지 않아 공시되지 않았다.

계열사별 오너 지분을 살펴보면, 지주사 무림SP는 두 사람이 나란히 최대 주주로 있다. 주식 보유 비율은 이 대표가 21.37%, 이 회장이 20.84%다. 여기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동근씨도 19.2%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율은 60%가 넘는다.

무림페이퍼와 무림P&P의 지배구조도 비슷했다. 무림페이퍼는 무림SP가 19.65%를, 이 회장 18.93%, 이 대표 12.31%, 그외 친인척 세 사람이 3.17%를 가져 절반 이상이 특수관계인 지분이다. 무림P&P는 모회사인 무림페이퍼가 66.9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비상장 4개 계열사들은 전체에 가까운 지분이 오너 일가 몫이다. 무림로지텍은 무림SP가 94.88%를, 무림페이퍼가 나머지를 갖고 있다. 무림파워텍은 무림페이퍼가 지분 전체를 보유하고 있고, 무림캐피탈은 무림P&P가 93.46%, 무림SP가 6.54% 지분을 갖고 있다. 대승케미칼은 무림P&P가 지분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 "오너 지배력 강해 내부감시 소홀" 지적도

그룹 계열사에 대한 오너의 지배력이 과다하면 사내 감시기구가 작동하기 어려워 일감 몰아주기, 충실의무 저해 등 지배구조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다 계열사가 지출하는 보수 금액 중 상당 부분이 오너에게 쏠리는 점도 지적된다.

무림페이퍼와 무림P&P가 제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지배구조 핵심 지표 15개 가운데 6개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는데, 이 중 4개가 오너 지배력과 관련한 지표였다. 각각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 ▲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 개최 등이다.

이 회장과 이 대표는 매년 그룹 상장사에서 수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과 이 대표는 무림페이퍼로부터 최근 5년간(2017~2021년) 각각 17억7247만원, 11억5267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무림SP로부터는 같은 기간 각각 7억3824만원, 7억568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 3세 경영, 실적 악화일로… 무림 "대외 변수 여파"

계열사에 대한 오너 일가 지배력은 막강하지만, 이도균 대표가 취임한 2020년 이후 2년여 간의 경영 성적표는 다소 초라하다. 백상지 등을 만드는 무림SP는 매출액이 감소하는 대신 영업이익이 늘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무림페이퍼와 무림P&P는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기준 무림SP보다 매출액이 10배 이상 커 무림그룹의 주된 수익원이다.

2020~2021년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2019년 대비 최대 87%까지 급감했다. 3년 간 영업이익 추이는 무림페이퍼 688억원→273억원→298억원, 무림P&P 494억원→63억원→294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과 부채비율도 같이 악화했다. 특히 무림페이퍼는 영업이익률이 2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부채비율은 253%까지 올랐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기면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것으로 판단한다.

무림은 이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미국발 물류대란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비용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펄프 값, 유가, 해상운임 등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다 보니 이익률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무림 관계자는 "외부 변수들이 안정화되면 영업 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친환경 트렌드를 새로운 발판 삼아 소재 개발 등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면서 실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