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환경 연구를 담당하던 삼성안전환경연구소가 최근 삼성ESH(환경·안전·보건)전략연구소로 명칭을 바꾸고 인재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005930)가 국내외 투자자와 환경단체로부터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하는 글로벌 캠페인) 가입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사내 싱크탱크를 개편하고 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산하 삼성ESH전략연구소는 환경분야 박사 학위자를 대상으로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최근 환경정책과 탄소감축 분야 박사학위 경력자를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1분기에 사명을 삼성안전환경연구소에서 삼성ESH전략연구소로 변경하고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소는 삼성그룹의 ▲환경분야 정책수립 및 기술 지원 ▲정책 리서치·규제 영향분석 및 대안제시 ▲관련 신기술 파악 및 현장 적용시 타당성 분석 등의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삼성ESH전략연구소가 사명을 변경하고 환경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재계에서는 RE100 가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인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국제 캠페인으로 2014년 시작됐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RE100 가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RE100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가입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동 본사 사옥 전경.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삼성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RE100 가입에 대해) 전체적으로 큰 선언을 하게 될 것 같다.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RE100 참여는 국내외 다른 기업보다 늦은 편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000660)는 이미 RE100에 동참했고 애플,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도 캠페인에 가입했다. RE100에 참여한 기업은 350개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 외에 현대차(005380)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19곳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경영을 추진하는 글로벌 금융회사·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재생에너지 관련 계획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아 왔다.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3월 투자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원칙) 보고서에서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녹색 전략에 대한 정보에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록은 국민연금, 삼성생명(032830)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지분(3월 말 기준 5.03%)을 갖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이 국내외 44개 환경·시민 단체와 공동으로 삼성전자에 서한을 보내 RE100 가입을 촉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선언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연내에는 캠페인 가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ESH연구소를 비롯해 전 계열사와 싱크탱크가 탄소중립 로드맵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