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1993년생 이장원 대표가 이끄는 콘텐츠테크놀로지스(콘텐츠테크)가 170억원 규모의 프리(Pre)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스타트업(초기기업)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반년도 채 흐르지 않은 현재 콘텐츠테크가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콘텐츠테크는 오는 7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는 K팝 상장지수펀드(ETF)를 뉴욕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콘텐츠테크놀로지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K팝 ETF가 잘 돼서 운용자산이 1조~2조원 수준이 되면, 한국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주가가 오르고 K팝 시장의 부흥을 다시 한 번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콘텐츠테크놀로지스의 대표 자회사인 비욘드뮤직도 이끌고 있다. 비욘드뮤직은 현금 흐름이 검증된 3~5년 이상의 음원 저작권(IP) 2만6000여개를 보유하고, 이를 최적으로 관리해 저작권료를 챙기는 일종의 '음원 IP 자산운용사'다. 콘텐츠테크의 K팝에 대한 이해도는 비욘드뮤직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일 서울 서초구 콘텐츠테크놀로지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장원 대표가 'K팝 ETF' 상장 소식을 전하며 밝게 웃고 있다. /콘텐츠테크놀로지스 제공

-비욘드뮤직부터 소개해 달라.

"매월 일정한 이자 수익을 만들어내는 안정적 자산에 투자하는 곳에 비유할 수 있다. 갓 나온 음원처럼 현금 창출력은 높지만 감가상각이 시작되지 않은 것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최소 3~5년, 최대 8년쯤 지난 음원이 인수 대상이다. 이들 음원은 감가상각이 어느 정도 진행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윤하, 이수영, 박효신, 어반자카파, 먼데이키즈, 김현식, 김광석 등 1990년~2010년대에 걸친 명곡이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인터파크 음악사업부가 보유한 500억원 규모, 878곡의 저작권도 인수했다. 다비치의 '8282′, 티아라의 'Roly-Poly', 임창정의 '내가 저지른 사랑'처럼 투자 가치가 검증된 곡들이다."

-감가상각이 제법 된 음원으로 월세(저작권료)를 받기 위해 어떻게 관리하나.

"우리가 음원 IP를 매니지먼트(관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이미 수취하고 있어야 할 로열티 중 누수되고 있는 걸 잠가서 잘 청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에 커버(다른 가수가 발표한 곡을 다시 부르는 것) 콘텐츠가 많은데, 원 저작권을 보유한 우리에게 유튜브 채널 수익 일부가 귀속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유튜브 인공지능(AI)이 이를 놓쳐 낙전 수익으로 가져가거나 혹은 비슷한 음계를 가진 다른 음원 매니지먼트사가 부당하게 가져가는 것을 막는 것이 우리 일이다.

또 하나는 보다 적극적으로 음원을 유통시키는 것이다. 김현식의 오래된 음원은 '멜론'에는 있지만, 글로벌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는 안 올라가 있을 수 있다. 또 방송 프로그램과 손잡고 우리 음원이 더 많이 노출, 회자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최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트업 '뮤직카우'와는 어떻게 다른가.

"음원을 대체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같다. 이를 비즈니스로 구현해나가는 방식은 다르다. 뮤직카우는 곡을 하나하나 쪼개서 투자, 거래하는 방식의 '조각 투자 플랫폼'으로 나가고 있다. 비욘드뮤직은 한 곡을 쪼개는 게 아니라, 1곡보다는 10곡, 10곡보다는 100곡, 1000곡, 1만곡으로 모은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라 곡이 많으면 많을수록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변동성도 희석이 된다. 음원을 안정적 자산화해 운용해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종목코드 'KPOP'으로 7월 뉴욕에 ETF 상장을 앞두고 있다.

"국내 대표 미디어, 콘텐츠, 음악회사 30개 상장사를 담은 ETF다. ETF는 특정 종목에 편중되면 안 되기 때문에 CJ ENM(035760)을 비롯해 하이브(352820), 에스엠(04151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등을 각각 10% 이내에서 두루 담는 구조다. 종목 구성은 콘텐츠테크놀로지스의 또 다른 100% 자회사인 CT인베스트먼트가 맡았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심사가 진행 중이다. 7월 초쯤 승인이 예상된다. K팝이란 테마로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ETF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주류시장에서 K팝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고, 이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각)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미국 백악관 기자실에 입장하고 있다./워싱턴특파원단 제공, 뉴스1

-K팝 ETF가 성공하면, 대한민국 K팝 부흥에도 영향이 있을까.

"K팝 ETF가 잘 돼서 자금이 몰리면 운용자산이 1조~2조원 규모가 될 수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주식이 전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동안 K팝은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 받았는데,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았나. 해외 투자자나 일반인들에게 카카오(035720)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아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모르지만, K팝은 누구나 잘 안다. 미국에서 투자 수요는 얼마든지 몰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KPOP'이란 종목코드도 운 좋게 선점할 수 있었다."

-K팝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 흥행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서는 특이한 주제의 ETF가 많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TF가 너무 많으니 그 반대로 카지노나 무기류처럼 죄악 산업을 다룬 이른바 'B.A.D.' ETF도 있다. 독특하면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될 수 있는 힘을 가진 ETF가 미국에는 정말 많다. 그만큼 자본주의적 실험이 왕성하게 장려되는 곳이다."

-향후 음원 IP를 넘어 영화나 콘텐츠 제작으로도 사업을 확장하나.

"'뮤직테크놀로지스'가 아니고 '콘텐츠테크놀로지스'로 이름을 붙인 건 장기적으로 종합 콘텐츠 그룹을 지향한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우선은 음악에서 할 게 많다. 그 전까지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생각이 없다. 향후 2~3년 뒤를 보고 포석의 관점에서 음원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뮤지컬이나 게임사 등 20곳에 투자한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