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에스에프에이(SFA) 아산사업장. 방진복을 갖춰입고 에어샤워를 마친 뒤 101동 2차전지 장비 조립장에 들어서자 '치익 치익'하는 소음과 함께 헝가리 출하를 앞둔 스마트장비 검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장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2차전지 외관 검사기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한 긁힘이나 이물이 없는지를 판독해내는 장비다. AI 외관 검사기로 셀 하나를 검사하는 데 드는 시간은 3.3초다. SFA 관계자는 "배터리 불량은 화재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검수 작업은 필수"라며 "업계에서 SFA 장비의 검수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SFA는 검사 시간을 3초까지 단축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바로 옆 조립장에선 3차원(3D)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 검사기는 2차전지의 내부 불량을 판독하는 데 쓰인다. 관계자는 "기존에 타사 장비는 셀 하나를 검사하는 데 수분이 걸렸지만, 최근 기술을 업그레이드 한 SFA 장비는 4초까지 검사 시간을 단축했다"며 "업계에서 단독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SFA가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넘어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SFA는 오랜 기간 디스플레이 장비를 단일 산업으로 삼아왔지만, 2차전지를 비롯해 반도체, 물류 등 비(非)디스플레이 분야의 스마트장비를 개발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2020년엔 스마트공장 브랜드 '네오(NEO)'를 출시했다.
SFA 스마트공장 설루션에서 업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것이 또 있다. '스태커(Stacker)'라는 2차전지 제조장비다. 2차전지 셀은 음극재, 양극재와 분리막으로 이뤄진 '바이셀' 수백개가 조립돼 만들어지는데, 이 조립 단계에 쓰이는 핵심 장비가 바로 스태커다.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작업을 한다. 0.5초면 2차전지 바이셀 하나가 완성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바이셀 100개로 구성된 2차전지 셀 하나를 만드는 데 1분도 걸리지 않는 셈이다.
이 밖에는 물건을 적재적소에 자동운반하는 장비가 많았다. 주로 이송체가 바닥이나 천장에 깔린 대형 레일을 따라 다음 공정으로 물건을 옮기는 식이다. 이후엔 공정 장비가 작업을 이어받는다.
부품 운반 장비인 OHT(Overhead Hoist Transport)의 경우, 천장에 달린 레일을 따라 이송체가 반도체 웨이퍼 등 제품이 담긴 통을 실어 나른다. 레일에서 정체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AI가 이송체의 이동 흐름 등을 분석해 최적 경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운영 효율은 10%가량 높일 수 있는 것으로 SFA는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AI 기술은 사람이 먼저 정보값을 입력한 뒤 이를 학습시켜야만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SFA는 학습 과정을 생략한 장비도 선보였다. 물류공장에서 쓰이는 OCR(Optical Character Reader) 검사기다. 물류센터에 신제품을 입고하려면 수기로 바코드 등 제품 정보를 입력해야 하지만, 이 OCR 검사기는 스스로 제품 로고에 쓰인 한글, 영문을 인식해 제품의 이름과 형상, 크기, 색깔 등을 자동으로 라벨링한다. SFA는 물류센터 전체를 무인화하기 위한 설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로만 알려졌던 SFA가 스마트공장 사업에 뛰어든 건 2015년이다. 단일 산업, 단일 고객사에 의존하다 보니 외부 변수에 따라 매출액이 절반까지 떨어졌던 것이 계기가 됐다. SFA는 고객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만이 돌파구라는 판단 하에 스마트공장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덕에 2016년 신규 수주 비중 14%에 불과하던 비(非)디스플레이 분야는 지난해 71%까지 늘었다.
김영민 SFA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수주 비중을 보면 2차전지 35%, 물류 30%, 디스플레이 20%"라며 "비중대로 따지면 우리는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2차전지, 물류 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업 다각화가 많이 진전됐다. 2차전지는 산업 자체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서 하고 있다. AI 외관 검사기와 3D CT 검사기는 세계 1등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물류 장비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올해 한국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며 "하반기부터는 양산 라인 수주가 폭발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