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조선업체인 케이조선(구 STX조선해양)이 글로벌 해운사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중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했지만, 계약 후 한달 넘게 선수금 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RG 한도 관련 정책에 변화가 없으면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은 지난 4월 캐나다 선주사 시스팬(SEASPAN), 글로벌 해운사 지중해해운(MSC)으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선으로 선가는 척당 1억3000만달러로 총 10억달러 규모다. 납기는 2024~2025년이다. 이번 계약은 MSC가 새로 짓겠다고 밝힌 8000TEU급 컨테이너선 24척 중 일부로, 나머지 물량은 현대중공업과 중국의 신시대조선(New Times Shipbuilding)이 나눠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조선은 지난해 KHI인베스트먼트-유암코(연합자산관리)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8년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사명을 STX조선해양에서 변경했다. 케이조선은 출범 후 현재까지 유조선 등의 탱커를 중심으로 계약을 맺어왔는데, 이번 계약은 중대형 컨테이너선 부문 첫 수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중대형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컨테이너선 붐이 일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점유율이 높지만 한국 조선사의 점유율 확대가 가능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케이조선은 수주에 성공했지만, RG 한도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발주처는 선수금을 떼일 경우에 대비해 조선사에 RG를 받아올 것을 요구한다. 선박을 수주한 조선사는 국책은행 등에 수수료를 내고 RG 발급을 받아야 하는데, 금융사는 조선사별로 RG 발급 한도를 정해놓는다.
케이조선의 RG 발급 한도는 4억5000만달러로 이미 올해 1분기에 모두 소진됐다. 통상 RG 발급 시한은 수주 후 3개월이다. 케이조선은 7월 중순까지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1조원대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케이조선은 새 정부에서 정책금융기관의 RG 관련 정책이 바뀌어 한도가 늘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중형 조선사의 RG 발행을 담당하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수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정책 변화의 움직임이 더딘 상태다.
또다른 중형 조선사인 대선조선도 지난 1월 6일 계약한 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1월 7일 계약한 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RG를 발급받지 못한 상태다. 대선조선 측은 선주에 양해를 구해 5월말로 미뤘던 RG 발급 시한을 다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중형 조선사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설 가능성이 커 RG 발급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소를 돌리기 위해 저가로 수주하면 나중에 적자가 발생해 조선사뿐 아니라 RG를 발급해준 금융사도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