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가구가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고 관련 산업이 급성장을 이루면서 ‘펫테크(pet-tech)’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펫테크는 ‘반려동물(pet)’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것을 말한다.

8일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4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0%에 달했다. 인구로 치면 1448만명이 약 800만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 관계자가 보호시설에서 유기묘 및 구조된 고양이를 보살피고 있다. /뉴스1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워오고 있다. 기존에는 글로벌 펫푸드 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펫테크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털(VC)과 대기업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보기술(IT)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펫프렌즈’는 일부 지역에 한해 2시간 이내로 반려동물 용품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70만개 품종과 생애주기, 알레르기 유형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상품 추천도 제공한다. 펫프렌즈는 사용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

반려동물 호텔, 유치원, 카페 등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애니멀고’는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서비스다. 가상세계에 반려동물의 캐릭터를 만들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목걸이를 반려동물에게 착용시키면 이 목걸이가 생체활동 정보를 읽어 가상세계 속 반려동물 캐릭터에 적용되는 식이다. 애니멀고는 이같은 ‘펫타버스’ 서비스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반려동물 전용 AI 의료기기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건강관리 앱 ‘티티케어’는 휴대전화로 반려동물의 눈이나 피부 사진을 찍으면 AI 분석으로 증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AI는 50만건 이상의 질병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티티케어는 반려동물의 신체 정보와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건강관리를 돕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티티케어는 국내 최초로 ‘동물용 영상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품목 허가를 받아 올 초 ‘2022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그래픽=손민균

투자와 인수합병도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용 건강검진 키트를 만드는 ‘핏펫’은 최근 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누적으로 48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아이엠디티’는 지난달 GS리테일과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부터 총 7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GS리테일과 IMM PE는 지난해 펫프렌즈를 인수하기도 했는데, 펫프렌즈는 설립 6년 만에 기업가치 1500억원을 인정받았다.

펫테크 스타트업들의 성장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펫테크 산업은 시장 규모 확대와 동시에 투자 단계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단계 상승은 산업이 성숙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펫테크 기업 투자 비중은 2016년 과반 이상이 초기 투자에 머물렀고, 시리즈A 이상은 10%에 불과했다. 그러다 2020년 들어 시리즈A 이상 투자 비중이 35%로 확대됐고 2021년엔 49%까지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신산업연구실의 박가현 연구원은 “디지털 혁신제품의 경우 새로운 방식의으로 반려인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신생 기업들의 시장진입이 활발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친숙도와 경쟁력이 높을 뿐 아니라 소득수준과 선진화된 반려동물 문화를 고려했을 때 혁신적인 제품의 수용성이 높아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