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이 이달 들어 살아나고 있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속속 복귀하면서 수요예측 물량의 2~3배에 달하는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투자금이 고금리를 주는 회사채에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034730)그룹의 지주사 SK㈜가 올해 첫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모집 금액의 3배에 달하는 투자금이 몰렸다. 3년물 1500억원, 5년물 1200억원, 7년물 300억원 등 총 3000억원을 모집했는데, 93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AA+등급의 높은 신용도 회사채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SK㈜는 발행 물량을 4000억원까지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SK㈜ 회사채 예상 금리는 3년물 연 3.754% 5년물 연 3.837%, 7년물 연 3.979%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한진(002320)의 회사채 발행도 모집액의 1.6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한진은 2년물 3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700억원을 모집했는데, 116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특히 2년물에는 모집액의 2.4배에 달하는 730억원이 몰렸다. 4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도전한 두산에너빌리티(034020)(옛 두산중공업)는 최근 2년물 500억원을 모집했는데, 102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포스코도 최대 8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30일 수요예측을 통해 다음달 2일 발행할 예정이다.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AA+'로 높은 수준이라 발행 예정 물량을 넘는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채 시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금리가 상승하는 기간에는 기존에 매수한 채권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평가손실로 잡힌다. 금리가 안정기에 접어들기 전까지 투자자들이 회사채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금리나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 평균금리)에 기업 신용등급을 반영해 결정하는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조달금리가 따라서 오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지난 4월 SK머티리얼즈, 한화(000880), 한화솔루션(009830), 동원시스템즈(014820),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은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철회했다. 매년 회사채 시장에서 조(兆) 단위 자금을 확보해가던 SK하이닉스(000660)와 LG화학(051910), 현대오일뱅크 등도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여전히 시장 금리는 높은 상황이지만, 기업들이 단기물 위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주식 시장 침체로 갈 곳을 잃은 투자금이 연 3% 후반대 금리를 주는 회사채로 다시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직 단기물 위주로 회사채가 발행되고 있지만 시장 경색이 풀리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전반적으로 단기물에 몰리고 있어 장기 자금 조달을 노리는 기업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