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으로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거리 노선 기준으로 반년 사이 3.7배가 올랐다. 여전히 컨테이너선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항공 화물로 눈을 돌린 기업들은 올해 2분기에도 운반 비용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은 오는 16일부터 한국발 국제선 화물 유류할증료를 kg당 장거리 1380원, 중거리 1300원, 단거리 1230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역대 최고치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유류할증료는 kg당 장거리 370원, 중거리 350원, 단거리 330원이었다. 반년 사이 3.7배가 올랐다. 작년 6월과 비교하면 6배가량 뛰었다.

그래픽=이은현

항공 화물 유류할증료가 치솟은 배경엔 유가 급등이 있다. 통상 유류할증료는 전달 싱가포르 항공유(MOPS) 현물 시장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올해 5월 MOPS는 배럴당 132.96달러로 71.71달러였던 작년 5월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1250원대를 넘어서면서 달러로 치러야 하는 기름값 부담이 더 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항공 화물 운임까지 상승하고 있다. 홍콩 TAC 인덱스에 따르면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는 지난달 30일 기준 3929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 3월 3340포인트까지 떨어졌던 BAI가 3개월 사이 17%가량 반등한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러시아 영공이 봉쇄되면서 비행 시간이 1~2시간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해운 운임도 다시 오르고 있어 항공 화물로 눈을 돌린 기업들 입장에선 진퇴양난 처지가 됐다. 지난 5월27일 기준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2.66포인트 오른 4175.35를 기록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하이시 봉쇄 해제로 그간 밀려있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운임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6월부터 9월까진 물동량이 많은 시기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운반비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올해 1분기에만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8576억원을 썼는데, 이는 전년 1분기 대비 40.9% 오른 수준이다. LG전자(066570)도 같은 기간 운반비가 7128억원에서 올해 1조838억원으로 52% 증가했다. 여유 자금이 부족한 중소 수출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결국 유가가 안정돼야 전체 운임도 떨어질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운임 예측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