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298690)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데 이어 부채비율이 1431%까지 치솟으면서 재무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보통주 3주를 1주로 무상 병합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오는 7월 1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무상 감자 안건이 통과될 경우 에어부산의 발행 주식 수는 기존 기존 1억9392만주에서 6464만주로 3분의 1 줄어든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7월 25일, 신주 상장일은 8월 10일이다. 재무 구조 부실의 근본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있는 만큼, 차등 감자가 아닌 균등 감자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은 무상감자 후 곧바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한 자금은 채무 상환과 운영자금에 사용된다. 유상 증자에 따른 구주주 청약은 오는 9월 19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되며, 오는 10월 7일 신주 상장이 이뤄질 예정이다.
에어부산이 무상감자를 실시하는 것은 200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에어부산의 재무 건전성이 창사 이래 최악의 상태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어부산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에만 28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431%로 작년 1분기 대비 2배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자본잠식률은 32%에서 65%로 상승했다.
에어부산은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1939억원에서 646억원으로 줄여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자본금이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자본금이 자본총계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유상증자로 추가 자금까지 수혈해 부채비율도 낮아질 수 있다.
항공사는 자본잠식률이 1년 이상 50%를 넘어설 경우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을 수 있는데, 명령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항공사업자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재무 건전성 확보가 항공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다른 항공사들도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에어부산의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지난 2020년 3대 1 규모의 무상감자를 실시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고, 제주항공(089590)도 2021년 5대 1 규모의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실시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에어부산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지분가치 희석에 따른 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에어부산의 전체 발행 주식 가운데 소액 주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42.24%에 달한다.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42.83%) 외에 부산 향토 기업인 서원홀딩스(3.68%)와 동원홀딩스(3.11%), 부산시(2.97%), 부산은행(2.59%) 등 다른 주주도 지분가치 희석의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는 등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