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태평양 물동량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코로나 봉쇄 정책을 단계적으로 해제하면서 수출 물량이 다시 늘고, 미국 항만 노사 간 협상 결렬에 따른 여파를 피하고자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번주(30일~6월 5일) 아시아~미주 노선에 예정된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64만6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해운사들이 물동량이 몰릴 것을 예상해 컨테이너선 투입을 늘렸다는 의미다.
아시아~미주 노선 주간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지난 16일 60만TEU를 넘어섰다. 2019년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른바 '해운대란'을 겪는 동안에도 주간 선복량이 60만TEU선을 넘은 적이 없다. 씨인텔리전스는 앞으로 10주 동안 아시아~미주 노선에 투입하는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예년보다 미주 서안 노선은 10% 이상, 동안 노선은 최대 17% 수준으로 예상됐다.
보통 해운 성수기가 3분기(7~9월)로 꼽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선복량·물동량이 증가하는 시점은 이른 편이다. 원인은 크게 2가지로 꼽힌다. 우선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이어지던 봉쇄 정책이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상하이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 통제를 위한 방역지침과 업무 복귀 통제지침을 개정하고 기업의 업무 재개를 위한 '부당한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기업들이 다시 생산설비를 정상화하고, 육상물류 통제도 완화하면 컨테이너 물동량도 늘어난다.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769만TEU로 전달보다 5.4%,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했다.
미국 서안 항만 노사 간 협상 문제로 일찌감치 물건을 옮기려는 수요도 생겼다. 태평양해사협회(PMA)와 국제항만창고노조(ILWU)는 다음달 1일부터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미주 서안 항만 노사 간 합의안은 오는 7월 1일로 만료된다. 그동안 2002년, 2008년, 2014년 협상 때마다 파업과 항만 폐쇄 등의 문제가 생겼다. 특히 2014년 7월 시작했던 협상은, 이듬해 2월에서야 마무리됐다. 이 기간 ILWU의 파업과 태업, PMA의 직장 폐쇄 등이 이어지면서 공급망 부담이 컸다.
올해 협상도 항만 자동화 등 일자리 문제가 걸려있어 합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PMA와 ILWU가 무제한 연속 협상 등을 통해 빠르게 결론을 내겠다고 했었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늘 예정보다 오래 걸렸다"며 "이번 협상에서 항만 자동화와 고용보호 문제는 물론 임금 등을 두고서도 양측의 눈높이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이른 성수기에 돌입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외국적 선사의 '한국 패싱' 문제 등을 대비해야 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운임이 비싼 중국으로 컨테이너선이 쏠리고, 선적 공간이 없어 부산항은 건너뛰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운사 관계자는 "국적 선사와 달리 외국적 선사 입장에선 운임이 더 높고, 물량도 더 많은 곳을 우선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미주 노선의 운임은 아직 큰 변동이 없었다. 지난 27일까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주 연속 상승했으나, 아시아~미주 노선 운임은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40피트 컨테이너(FEU)당 미주 서안은 7776달러, 미주 동안은 1만505달러를 기록했다. 연초보다 각각 2.7%, 11.2% 떨어졌다. 다만 코로나 사태 이전 평균보다 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