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002020)그룹의 핵심 자회사 코오롱글로벌(003070)의 1분기 매출 비중에서 수입차 부문이 건설 부문을 뛰어 넘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결과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사장이 수입차 부문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는 상황도 '자동차부문 힘싣기'의 배경이란 해석도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총 1조1305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입자동차 판매 매출은 5297억원을 기록하며 46.9%를 차지했고, 국내외 건설·주택·토목 등을 아우른 '건설계약매출 등'의 매출은 4812억원으로 42.6%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수입차 부문이 건설 부문보다 매출 비중이 높아진 것은 코오롱건설이 BMW 유통사 코오롱비엔에스 등을 흡수합병하며 코오롱글로벌로 새로 출범한 2011년 이래 처음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작년까지 건설 부문이 수입차 부문보다 매출 비중이 늘 높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전 회장(왼쪽)과 장남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코오롱글로벌의 국내 BMW 시장 점유율은 약 25%인데, 디젤게이트 후폭풍이 잠잠해지고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의 보복 소비 효과 등이 겹치면서 수혜를 입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최근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6%, 2020년 17%, 2021년 19%로 상승했다. 이 중에서 BMW 점유율은 2019년 18%, 2020년 21%, 2021년 24%로 성장했다.

코오롱글로벌은 BMW, MINI, 롤스로이스 등에서 올해 1분기에 42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회사 코오롱아우토의 아우디는 473억원, 코오롱오토모티브의 볼보는 5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같은 호실적은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규호 부사장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이 부사장은 그룹 오너가(家) 4세로 고(故)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의 장손자인 이웅열 전 회장의 장남이다. 이 전 회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앞서 이 부사장은 지난 2018년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FnC부문 책임자(COO)를 맡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코오롱인더 FnC 부문 매출액은 2018년 1조456억원에서 2019년 9729억원, 2020년 8680억원으로 줄었다.

공교롭게도 이 부사장이 자동차부문을 맡게 된 지난해 1월 이후 코오롱글로벌은 자동차부문에 부쩍 힘을 싣고 있다. 우선 올해 3월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를 합병해 그 아래의 아우디(코오롱아우토)와 볼보(코오롱오토모티브) 딜러사를 코오롱글로벌이 직할하는 구조로 바꿨다. 신규 브랜드 지프(JEEP)도 새로 런칭했다. 이를 위해 지프 딜러사인 코오롱제이모빌리티를 지난해 12월 자회사로 신설하고 현재까지 7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 안으로 총 180억원을 추가 출자할 계획이다.

이 부사장이 올해 수입차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새 브랜드 지프의 매출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점,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 합병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건 호재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감소란 복병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 4월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대수는 2만3070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8% 감소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주력인 BMW와 아우디도 전년동월 대비 각각 2.6%, 9.0%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