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일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기업 유치 공약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들은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기업 유치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초 예상과 다르게 사업 계획이 수정될 수 있는 데다, 향후 해당 지역행이 불발될 경우 비판 여론에 시달릴 수 있어서다.

25일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러 후보들이 대기업 유치 공약을 내걸었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선거의 경우,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 북부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굴지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 기업명은 의정부시장직에 출마한 김동근 국민의힘 후보가 밝혔다. 그는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모두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뉴스1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는 원주 부론산업단지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다고 했고, 충북지사에 출마한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이 9부 능선을 넘었다"며 표심 공략에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에 청주 내 산업용지를 추가로 확보한 바 있다.

강원도지사 직을 놓고 김진태 후보와 경쟁하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대차(005380) 미래사업부와 삼성전자 스마트헬스케어 사업부를 원주에, 현대로템(064350)을 동해·삼척에 데려온다고 했다. 강맹훈 국민의힘 성동구청장 후보는 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에 구글을 유치하겠다고 했고, 유희태 완주군수 후보는 현대차 1.5톤(t) 완성차 공장 설립을 공약했다. 이 외에도 구체적 기업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역 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후보가 상당수다.

유치 대상으로 지목된 기업들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답변 온도에 따라 특정 후보의 당선을 찬성 혹은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A기업 관계자는 "자사명을 거론한 후보들 중 자사와 소통한 사례는 없다"며 "사실을 얘기하자면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 부인할 수밖에 없는데, 반박했다간 특정 후보와 척을 지고 상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어 무대응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불편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B기업 관계자는 "기업은 중장기 투자 계획에 따라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데, 외부 압력 요인이 생겨나는 상황은 결코 반갑지 않다"며 "기업 유치를 약속한 후보가 당선된 뒤에 공약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업이 거짓말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권의 압박을 마냥 무시하긴 어렵다. 작년 12월 포스코(POSCO홀딩스(005490))는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과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로 나눴는데,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에 두기로 했다가 포항 등 지역사회와 정치권 압박에 시달렸다. 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 쟁점이 불거진 때는 지난 3월로,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경제계에서는 정치권이 기업 유치를 약속하기 전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기업 관계자는 "본사 이전이나 공장 증설의 경우 대규모 인력이 이동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일부 지역은 규모가 작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이전을 결정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