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우리나라 철강재 수출이 역성장한 가운데 대(對)미국 수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철강 수출 쿼터제(공급 물량 제한)로 연간 수출할 수 있는 물량이 정해져 있어,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것을 계기로 수출 쿼터제 재협상에 속도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

2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철강사들은 전 세계에 철강재 887만톤(t)을 수출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5%(46만t)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8% 증가한 94만t으로 집계됐다. 송유관 등으로 쓰이는 강관이 수출을 견인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대미 강관 수출량은 36만50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36.7%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 규모는 6억4667만달러(약 8조1000억원)로 2.5배 뛰었다. 고유가 속에서 미국 오일·가스산업이 활황을 보이면서 강관 수요가 급증했다.

그래픽=손민균

대미 수출에 힘입어 강관업체들의 실적도 강세를 보였다. 세아제강(306200)의 올해 1분기 수출은 23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2% 늘었고 휴스틸(005010)은 1025억원으로 30.3% 증가했다. 세아제강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280.4% 늘어난 588억원, 휴스틸의 영업이익은 357% 뛴 266억원을 기록했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북미에서 철강재와 유정용 강관(OCTG)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고 재고는 부족한 상태"라며 "2분기에도 북미 지역에서 판매량 증가와 안정적 마진을 확보해 실적이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적에도 국내 철강사가 모두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철강 수출 쿼터제 때문에 연간 수출할 수 있는 강관은 100만t으로 묶여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재 가격이 강세지만, 수출 쿼터에 묶여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며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세아제강을 제외하면 수출을 통한 수혜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재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우리나라는 협상 끝에 추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에 2015년~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약 270만t)로 수출이 제한되는 수출 쿼터제를 적용받았다. 대미 철강 수출은 2017년 354만t에서 지난해 269만t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강관 수출량도 220만t에서 98만t으로 줄었다.

수출 쿼터제가 관세 부담을 덜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이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유럽연합(EU), 일본과는 철강 관세 재협상을 마무리했다. EU는 연간 330만t, 일본은 125만t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후 초과 물량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했다.

철강업계에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철강 쿼터제 재협상에 속도를 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철강사 관계자는 "정상회담 안건으로 철강 수출 쿼터제가 언급될지는 불투명하지만, 한·미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관련 협상도 탄력을 받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