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서울대학교 이공계 학생들 사이에서 조선해양 분야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업계에선 조선업이 불황기를 겪은 후 설계·연구 등 고급 전문인력이 급속히 감소한 상황 속 에서 '단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손잡고 자율운항선박·친환경에너지·스마트생산 등 분야별 문제에 인공지능(AI) 기술의 적용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스마트오션모빌리티' 석·박사 과정을 신설하고,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올해 2학기부터 시작한다.
지난 13일 마감한 해당 과정 지원자 접수에는 약 20명의 학생이 몰렸다. 이는 기존 조선해양학과 학부생의 학년당 정원 46명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대학 관계자는 "과정이 개설된 첫 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숫자"라고 말했다. 이번 모집은 공과대학 학생들과 자연과학대학의 통계학과,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정보융합학과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 조선해양공학과 소속이 아니라도 지원이 가능했다.
서울대 정시(일반전형) 모집 조선해양공학과 경쟁률도 업황이 나빴던 2016년에 3대 1까지 떨어졌고 2015~2020년도 입시에서는 4대 1을 넘지 못했으나, 고부가가치선박을 중심으로 수주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2021년엔 5.5대 1, 2022년엔 4.47대 1을 기록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조선 산업에는 조선소 야드 근무 외에 국책연구소 등 연구기관 일자리도 있고 최근 친환경 선박이나 에너지쪽 분위기가 좋아서 그쪽으로 진출하려는 학생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다. 그룹은 해당 과정을 전공하는 학생 중 일부에 그룹사 취업을 보장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산학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별도로 모든 전공생에게 학업장려금을 지급한다. 해당 과정을 부족한 전문인력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서울대는 커리큘럼에 전기·기계·화공·산업공학 등 다학제 관련 핵심과목을 통한 이론 학습은 물론, 자율운항선박·친환경에너지·스마트생산 등 분야별 문제에 인공지능(AI) 기술의 적용도 포함시켰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교육과정에 대해 "융합전공 자체의 가장 중요 키워드가 AI"라면서 "디지털화, 탈(脫)탄소화, 탈중앙화에 부합하는 내용을 접목한 커리큘럼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환경규제와 디지털 기술 확대로 조선업계의 설계 및 연구개발 전문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2010년대 후반 조선업이 불황기를 겪으면서 고급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학에서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한 뒤 전공 분야인 조선업계에 취업한 사람은 2021년 졸업생(2, 8월 합계) 930명 중 202명에 그쳤다. 학업을 마친 사람의 22%만 전공분야에 취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