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2020년 6월 러시아에서 수주해 올해 인도해야 하는 초대형 LNG 저장 및 환적설비(FSU) 2척의 계약유지 가능성도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8일 대우조선은 2020년 10월 수주한 쇄빙 LNG 운반선(LNGC) 3척 중 1척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러시아측과 계약이 취소돼도 LNG-FSU 소유권을 확보해 매각하면 일정 정도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련 프로젝트 초기부터 깊이 개입해온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LNG선이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20년 6월부터 러시아 연방 교통부 산하 국영 리스회사인 GTLK의 홍콩 소재 아시아법인과 계약하고 LNG-FSU 2척을 건조 중이다. 3월말 현재 공정률은 1호선 85.85%, 2호선 75.69%로 각각 올해 9월과 12월에 인도 예정이다. 총 계약규모는 6억5280만유로(계약 당시 환율 기준 한화 9013억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노바텍 등은 북극에 가까운 야말산 천연가스를 쇄빙LNGC로 빙하지대 밖으로 옮겨와 저장한 뒤, 상대적으로 단가가 저렴한 일반LNGC에 옮겨싣고 수요처까지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대우조선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설비인 LNG-FSU와 쇄빙LNGC를 건조하고 있다. 건조된 LNG-FSU 두 척은 각각 캄차카와 무르만스크에 자리잡고 아시아와 유럽 가스 공급의 거점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인도 예정 시점까지 서방의 대(對)러시아 금융제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조선업계는 선박을 인도할 때 전체 계약금의 약 60%를 주는 ‘헤비 테일(Heavy-tail)’ 방식이 일반적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공개한 1분기 보고서에서 LNG-FSU 2척에 대한 미청구공사 금액으로 총 3631억원을 반영했다. 미청구공사는 일종의 공사 매출채권이지만, 발주처에 지급청구를 하지 못한 금액이다. 이 금액은 현재 공정률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라 인도 시 발주처로부터 받아야할 금액보다는 적다.

그래픽=이은현

대우조선 측은 아직 계약에서 정한 시점까지 여유가 있는 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또 러시아 측이 금융제재로 약속한 시점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LNG-FSU 소유권을 확보해 매각하면 일정 정도 손실을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률이 높은 만큼 이미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도 적잖은 규모라 LNG-FSU를 매각하면 손실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해당 LNG-FSU는 36만m³ 규모의 세계 최대 시설이다. 이 경우 야말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해온 일본 해운사 MOL(미쓰이 O.S.K 라인) 등 다국적 기업이 우선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MOL은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쇄빙LNGC의 선주사인 노바텍과 용선계약을 맺었고, 지난해 말에는 GTLK로부터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LNG-FSU 지분 49% 매입을 시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