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지난해 가석방 출소 이후 유지해온 ‘잠행 모드’를 해제할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을 직접 안내하는 것을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빈 만찬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삼성 평택캠퍼스를 방문한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다. 이곳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전초기지로, 부지 면적만 국제 규격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인 289만㎡(약 87만평)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생산라인을 직접 보기보다는 캠퍼스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공장 내부와 현재 건설 중인 3라인(P3) 현장을 둘러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역시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뉴스1

이 부회장의 평택공장 안내는 올 들어 첫 현장 경영이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삼성전자 경영진과 함께 평택캠퍼스를 찾아 사전 점검 및 준비 작업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평택 캠퍼스를 찾은 것은 작년 1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양국 정상과 이 부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공조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둘째 날인 21일에도 한·미 정상회담 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국빈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5대 기업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이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외빈 초청만찬에서 환담하고 있다./연합뉴스

재계에선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경영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됐다가 작년 8월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취업 제한과 매주 진행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 등으로 정중동 행보를 보여왔다. 작년 말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 신사업 기회 발굴을 위해 미국, 중동 출장을 다녀왔지만, 재판 일정을 피해 다녀야 해 자유롭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교적 자주 모습을 드러내면서 잠행모드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초청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 17일엔 서울 용산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부회장은 할리파 대통령 별세 이후 UAE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무하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제4 이동통신 업체인 디시 네트워크의 5G 장비 공급을 따낸 데도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르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특사를 통해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제인들이 대거 사면·복권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