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차세대 원전 벤처기업 ‘테라파워’ 최고경영진이 새울 원자력본부를 찾아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차세대 소형원전인 소듐냉각고속로(SFR) 등 미래 원자력 분야에 대해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울산의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정 사장을 만났다. SK(034730)㈜ 투자센터장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테라파워가 설계기술을 보유한 SFR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에 관해 단계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에 3500만달러(445억원)를 출자해 설립한 원전 기업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한 유형인 SF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트륨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기술인데,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에 비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라파워는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서부에 이 같은 개념의 신형 SMR을 지을 계획이다.
르베크 테라파워 CEO는 한수원을 방문하기 전날인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을 찾아 장동현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테라파워의 차세대 원전 기술 및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역량과 SK의 사업 영역을 연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르베크 CEO는 MOU 체결 후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을 방문한 뒤, 한수원을 찾았다고 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테라파워가 SK그룹, 한수원과 연달아 회동을 가진 배경을 두고 윤석열 정부가 SMR을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한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 고유의 SMR을 최대한 빨리 실증하고 상용화까지 마치기 위해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테라파워가 한국과 협력을 이어 나가면서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된 원전산업 생태계가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