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에 마련된 고(故) 셰이크 할리파 빈 자이드 나하얀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날 조문에는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동석했다.
이 부회장이 할리파 대통령을 조문한 것은 그동안 UAE 리더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은 할리파 대통령이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그를 대신해 국정을 이끌고 있는 무하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각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빈 자이드 왕세제는 이번에 할리파 대통령이 별세하면서 지난 14일 UAE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 부회장은 빈 자이드 왕세제가 2019년 2월 26일 삼성전자 회성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직접 5G·반도체 전시관 및 생산라인을 안내했다. 당시 이들은 5세대 이동통신과 반도체,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UAE 기업 간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빈 자이드 왕세제는 “인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곳(삼성전자)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과 최신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UAE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큰 관심이 있으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들을 응원한다”라고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물산(028260)의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시공 참여와 삼성엔지니어링의 정유 플랜트 사업 등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UAE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이 부회장이 이날 최 사장과 함께 빈소를 찾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UAE는 석유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2010년부터 혁신 프로젝트 ‘UAE 비전 2021′을 수립해 추진해왔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2017년 9월 ‘UAE 4차 산업혁명 전략’을 마련했고, 아부다비는 180억달러를 투입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마스다르 시티’를 건설 중이다. 5G와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UAE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삼성도 협력 강화에 공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취업 제한과 매주 진행되는 재판 등 악조건 속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