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절반 이상 낮추면서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여기에 정제마진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2분기 실적 역시 양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중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고유가도 지속되고 있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람코는 최근 아시아로 수출하는 6월 인도분 아랍경질유의 공식 판매 가격(OSP)을 배럴당 4.4달러로 책정했다. 5월 인도분이 배럴당 9.3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53%나 낮아진 것이다. 아람코가 아시아 OSP를 인하한 것은 4개월 만이다. OSP는 두바이유 등 벤치마크 원유 가격에 아람코가 붙이는 프리미엄으로, 지역별로 수급 상황과 시장 점유율 경쟁 등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지난 11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기름을 넣고 있다. /뉴스1

이번에 아람코가 OSP를 내린 것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면서 베이징 등 대도시를 봉쇄하자 수요 급감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 원유소비 1위 국가인 중국의 도시 봉쇄가 길어지면서 6월 아시아 OSP가 당초 예상했던 배럴당 7~8달러보다 훨씬 낮아졌다"며 "7월 역시 OSP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OSP 인하는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한다. 기존에 비해 낮아진 가격으로 원유를 조달할 수 있어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한국은 원유를 총 8555만8000배럴 수입했는데, 그 중 사우디 물량은 2806만배럴로 33%를 차지했다. 아랍경질유는 사우디가 판매하는 원유 중 가장 대표적인 원유다.

원가 하락에 이어 정제마진도 오르고 있다. 이달 둘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24.2달러로 22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운송비 등을 제외한 값으로 업계에서는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강세가 장기화 되자 오히려 단기 피크아웃(고점 찍고 하락)이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러시아 전쟁과 제재 종료까지는 정제마진 초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 2분기에 91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한 수준이다. 1분기에 1조64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에쓰오일(S-Oil(010950))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7198억원이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장기화 등 위험요인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람코가 6월 OSP를 절반이나 낮춘 것은 그만큼 수요 위축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이같은 흐름이 계속되면 판매량이 줄어 정제마진 역시 하락할 수 있고, 결국 OSP 하락에 따른 효과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업계가 불안감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 12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02.81달러로 3월 9일 기록했던 127.86달러보단 낮지만 연초(1월 4일 77.51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고유가는 소비자 부담을 높여 수요 둔화를 가져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모두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이라 불안하다"며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에너지 제재 해제가 거론될 수 있고, 그 경우 국제유가 급락, 공급 확대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