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까지 다가오면서 재계의 신규 투자 계획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국내와 북미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라 당장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SK(034730)·현대차(005380)·LG(003550)·롯데 등 5대 그룹 총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만찬을 가진다. 역대 정부 출범 만찬에서 대기업 총수가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을 내걸고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현 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계획은 소규모, 또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미 주요 기업은 작년 전후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해 조 단위의 투자를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4만명을 채용하고, 반도체와 바이오 등 신사업에 240조원을 새로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 역시 2024년까지 2만7000명을 채용하고 120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했고, 현대차는 2024년까지 4만6000명 채용, 8년간 전기차 등 미래 사업에 9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LG와 롯데도 각각 신성장 동력을 선정하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LG는 2024년까지 3만명을 채용하는 한편, 배터리와 전장,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합작법인 설립, 생산시설 확충 등에 한창이다. 롯데 역시 롯데케미칼(011170)을 중심으로 수소 사업에 4조4000억원을 투자하고, 배터리 소재와 헬스케어, 바이오, 모빌리티 분야 등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예의주시하며 템포를 맞춰가려는 기조는 있다"면서도 "정부 출범에 맞춰 투자 계획을 새로 내놓기엔 이미 대규모 투자 계획을 시행 중인 만큼 주요 그룹 모두 남아있는 재원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투자 관련 메시지를 내놓는다고 해도 투자와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선언과 기존 투자 계획을 조금 더 구체화해 액수를 덧붙이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이미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는 모두 검토 또는 시행하고 있어 추가로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준비하는 데서도 비슷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대 그룹 총수와 별도 만남을 추진 중인데,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와 경제동맹 강화 등을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4대 그룹은 작년 한·미 정상회담 때 44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측이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지 않는 한 이번 방한에서 작년과 같은 대규모 투자를 새로 마련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보다 향후 윤 대통령의 방미가 더욱 중요하고, 이때를 대비해 투자 계획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