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급난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국내 태양광 모듈 가격이 치솟고 있다. 가격 인상에도 공급이 부족해 태양광 발전 설비 업체들은 모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모듈 가격 인상에 수급난까지 겹쳐 설비 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6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009830)의 태양광 부문(한화큐셀)은 이달 들어 모듈 가격을 등급 별로 와트피크(Wp·최적의 조건에서 모듈이 발전할 수 있는 용량) 당 30~40원씩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1등급 기준 모듈 가격은 최근 한달동안 500원 초반대에서 이달 640원까지 올랐다. 한달만에 모듈 가격이 약 25% 인상됐다. 발전 효율이 낮은 4등급 가격 역시 Wp당 300원대 초반에서 최근 420원으로 급등했다.
현대에너지솔루션과 신성이엔지(011930) 등 다른 모듈 업체도 최근 가격을 Wp 당 10~15%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말에도 모듈 가격을 20%가량 올렸었다.
모듈 업체가 잇달아 가격을 올린 것은 원자재 가격 폭등과 환율 상승 영향 때문이다. 태양광 모듈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이달 들어 ㎏당 32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5달러) 대비 7배 가까이 올랐다.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으로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증가했는데 폴리실리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모듈 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2배 오르면 완제품인 태양광 패널은 30%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모듈 가격 상승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193.50원에서 2월 24일 1200원을 돌파한 뒤 이날 12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모듈 업체는 폴리실리콘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생산 원가 상승 압박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이나 6월 초에 추가 가격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격 인상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설비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장에서는 모듈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화 약세가 지속되자 국내 모듈 업체들이 수익성이 좋은 해외로 물량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태양광 발전 기업 관계자는 "발주 물량만큼 모듈을 납품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저가 중국 제품을 조립해 판매하는 중소기업 제품에도 납품을 알아보는 상황"이라며 "모듈을 구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되면 손해가 막심하다"라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과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면 국내 태양광 발전 단가가 오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3일 윤석열 정부 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태양광·풍력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는 원자력 발전 확대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보다 태양광 비중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선진국 정책 기조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확대도 추진해야 하는데, 태양광 발전 비용이 증가하면 늘어난 민간 사업자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태양광 관련 협회들은 모듈 가격 인상에 따른 대책 마련을 정부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한 협회 관계자는 "관련 단체 의견을 모아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으나 아직 답변을 듣진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