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철강사 고려제강(002240)의 지난해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평균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홍영철 회장 등 오너 지분이 더 큰 비상장 계열사들의 배당성향은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고려제강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1주당 3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68억9800만원, 배당성향은 5.31%였다. 코스피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은 35.41%다. 고려제강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1298억원으로 2014년 이후 최대치였지만, 주당 현금배당액은 전년과 같았다.
고려제강 관계자는 "회사의 성장세에 비해 주당 현금배당액이 전년과 같아 일부 주주들이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배당을 확대하기보다 올해 무상증자 등 다른 주주환원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제강은 홍영철 회장과 장남 홍석표 사장 등이 지분 31.56%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지분을 합치면 67.76%다.
고려제강보다 홍 회장과 홍 사장의 개인 지분이 더 큰 계열사들의 배당성향은 평균을 웃돌았다. 고려제강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키스와이어홀딩스는 지난해 200억원을 현금 배당해 배당성향이 87.5%에 달했다. 2020년 배당성향은 101.1%였다. 키스와이어홀딩스는 홍 회장(50.25%)과 홍 사장(49.75%)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과 홍 사장이 지분 52.4%를 가진 키스트론의 경우 지난해 132억5900만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성향은 70%였다. 키스트론의 2020년 배당성향은 260%였다. 홍 회장 일가가 지분 46.2%를 보유한 흥덕산업도 지난해 224억원을 현금배당해 배당성향이 54.4%였다.
배당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승계작업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홍 사장은 장내 매수 등을 통해 고려제강 주식을 확보해왔다. 홍 사장의 고려제강 지분율은 2019년말 11.9%에서 지난해 15.07%로 늘었다. 올해는 홍 회장으로부터 고려제강 주식 115만주(5%)를 증여받아 지분율 20.1%로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고려제강은 창업주 고(故) 홍종열 명예회장이 1945년에 세운 '고려상사'가 뿌리다. 부산 지역에서 1961년부터 교량이나 엘리베이터 등에 쓰이는 와이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1988년 창업주의 차남인 홍영철 회장이 고려제강의 경영을 맡아 회사를 이끌어왔다. 지난해 기준 국내 로프 시장 점유율은 45.9%, 선재 시장 점유율은 39.9%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