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 꾸미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 가운데, 페인트 업계가 줄줄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페인트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업계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친환경 B2C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페인트업계에 따르면 노루페인트(090350)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폐자동차의 앞유리 소재를 재활용한 도료를 개발했다. 그동안 폐자동차 앞유리의 라미네이팅 필름은 재사용이 어려워 대부분 버려졌는데, 이를 활용한 것이다. 18리터(ℓ) 기준 폐자동차 1.27대의 필름을 재활용해, 기존 제품 대비 1.5~1.7배 높은 탄소저감 효과가 있다. 주로 친환경 인테리어가 요구되는 가정이나 아동 시설의 벽면 도장 용으로 쓰인다.
노루페인트는 또 지난해 국내 최초로 바이오 도료를 개발해 미국 농무부(USDA) 인증을 획득했다. 바이오 도료는 기존 석유·화학성분이 아닌 사탕수수, 옥수수, 콩 등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한 페인트를 말한다. 노루페인트는 바이오 기반 건축용 수성페인트에 이어 올해 4월에는 가전제품용 바이오 도료를 출시했다. 노루페인트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혁신 스타트업 6곳을 선정,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 제품 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강남제비스코(000860)도 같은 달 친환경 바닥용 페인트를 출시했고, 삼화페인트(000390) 역시 최근 실내·외 인테리어용 친환경 페인트 '아이럭스' 라인을 선보였다. 지난달엔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스마트스토어를 운영을 시작했는데, 이른바 '집꾸족(집을 꾸미는데 투자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제품군을 주로 판매하고 공간별 색상 제안과 셀프 페인팅 가이드 등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2C 제품군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B2C 제품은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매출액도 코로나19 이후 크게 성장하고 있어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이들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이어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페인트시장 규모가 4조5000억정도인데, 그 중 B2C는 500억~1000억으로 추정된다"며 "매출액은 적지만 코로나19 이후 30%가량은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노루페인트의 경우, B2C 매출액은 2019년 140억원대에서 이듬해 180억원대, 지난해 230억원대로 매년 20% 이상 성장해왔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아파트 보수 도장을 결정하는 작업은 B2B 사업으로 보이지만, 어떤 페인트를 쓸지를 고르는 건 결국 대표자회의 등 개별 소비자"라며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 시장을 결코 간과할 수 없어,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는 제품의 안전성,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최근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댄서 모니카를 모델로 한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모니카는 삼화페인트를 몸에 바른 채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몸에 발라도 될 만큼 안전한 친환경성 페인트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루페인트는 최근 온라인에서 '가치를 올리다'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노루페인트가 앞세운 핵심 가치 역시 '쾌적함'과 '친환경'이었다.
다만 높은 가격은 걸림돌이다. 삼화페인트 공식 쇼핑몰에 기재된 가격 정보에 따르면, 주로 건물 외벽 작업에 쓰이는 유성페인트는 4ℓ에 3만원이다. 그러나 화학용제인 시너 대신 물을 사용해 친환경성을 높인 수성페인트는 같은 용량에 5만3000원이다. 여기다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함량까지 낮춘 수성페인트는 1ℓ에 2만원으로, 4ℓ를 사는 데 8만원이 든다. 앞서 페인트 업계는 고유가 등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평균 20%가량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도료의 경우, 기존에 시너를 물로 바꾸는 차원을 넘어 석유·화학성분을 바이오매스로 전면 전환한 것이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판매가격도 일반 제품에 비해 두 배가량 비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제조원가와 판매가를 떨어뜨릴 수 있도록 다양한 R&D(연구개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