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장금상선이 대기업 집단 가운데 자산총액 기준 50위에 올랐다. 2020년 처음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고 3년 만으로 작년보다 순위가 8계단이나 뛰었다.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이 컨테이너선·건화물선(벌크선) 사업을 중심으로 사세를 확장해 온 가운데 해운 시황이 강세를 보이면서 돛을 달았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운사 운임 담합사건'과 환경 교체에 따른 선박 교체 등 당면 과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규모 5조원 이상)' 가운데 장금상선은 공정자산이 9조3340억원으로 5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공정자산 6조2630억원보다 49% 늘었다. 같은 기간 계열사도 19개에서 30개로 증가했다. 장금상선은 2019년 흥아해운(003280)의 컨테이너선 사업부(현 흥아라인)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남아있던 흥아해운 탱커선(유조선) 사업부 등도 품에 안았다.

장금상선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상 운임이 뛰면서 실적도 상승세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매출 3조5402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조원대에 진입했다. 영업이익은 1조1191억원, 순이익은 1조1638억원을 냈다. 정 회장 주도로 인수한 흥아라인은 2019년 33억원 영업손실을 낸 적자 회사에서, 2020년(333억원)과 2021년(398억원) 연속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장금상선은 1989년 국적선사 동남아해운과 중국선사 시노트란스가 합작해 설립한 '장금유한공사'가 뿌리다. IMF 위기를 지나면서 동남아해운 사장이었던 정 회장이 양측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오너가 됐다. 1999년 장금유한공사에서 장금상선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중 노선을 넘어 일본,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으로 컨테이너선 사업을 확장했다.

프랑스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현재 컨테이너선 선복량 기준 국내 3위, 전 세계 20위 해운사다. 지난 11일 현대중공업에 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3척을 발주하며 규모도 키워나가고 있다. 또 벌크선 사업과 터미널 사업은 물론 국양로지텍과 경평물류 등 계열사를 통해 포워딩과 창고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정태순 한국해운협회 회장

해운업계에서 장금상선은 알짜회사로 통한다. 2010년대 해운 시장에서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서 저가 운임이 굳어진 상황에서도 항로와 선박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흑자를 냈다. 정 회장에 대한 업계의 신뢰도 탄탄하다. 그는 2019년 한국해운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 올해 연임에 성공, 2025년 1월까지 단체를 더 이끌게 됐다.

걱정거리도 있다. 공정위의 해운사 운임 담합 사건이 당면 과제다. 공정위는 지난 1월 한·동남아 노선에서 23개 해운사가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운임을 담합했다며 시정 명령과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장금상선과 흥아라인의 과징금 규모는 각각 86억2300만원, 180억5600만원이었다. 공정위는 한·중 노선과 한·일 노선에서도 해운사들의 운임 담합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한·중 노선이 동남아 노선보다 매출 규모가 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과장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선박 교체를 위한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3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 등이 시작된다. CII는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매년 측정해 A부터 E까지 5가지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E등급을 한번이라도 받으면 연비 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에도 연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장금상선의 전체 선박 가운데 CII 규제 대상인 D등급과 E등급 선박 비중이 36.9%라고 추산했다. 국적선사 가운데 가장 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CII 평가 기간 등을 고려할 때 D등급 선박은 2026년까지 유예기간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 운항 속도를 낮춰야 해 운송량이 감소할 수 있다"며 "선박 교체를 위한 투자도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