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운사 덴마크 머스크(Maersk Line)가 올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25% 올렸다. 머스크는 장기계약 비중이 크고 계속되는 물류난 속에서 종합물류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 1분기 매출을 지난해 1분기보다 55.6% 증가한 193억달러(약 24조3900억원)로 잠정 집계했다. 올해 1분기 EBITDA는 92억달러(약 11조6200억원), EBIT(세전이익)은 79억달러(약 9조9800억원)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97.5%, 154.8% 늘었다. 머스크는 "올해 1분기 물동량이 전년 동기보다 7% 줄었지만 운임이 평균 71% 상승했다"며 해운 부문 강세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2분기 실적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해 올해 연간 EBITDA 전망치를 240억달러에서 300억달러(약 37조90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EBIT(세전이익) 전망치도 190억달러에서 240억달러(약 30조3200억원)로 26.3% 높였다. 머스크는 당초 올해 실적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머스크의 EBITDA는 240억3600만달러, EBIT은 196억74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다.
시장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머스크는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 수요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1~1%로 낮췄다. 컨테이너선 운임도 올해 들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15개 노선의 스팟(spot·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토대로 발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 7일 5109.6을 정점으로 14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 22일엔 4195.98로 연초보다 17.9%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장기계약'을 통해 수익성을 키우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운임이 바뀌는 스팟계약과 달리 장기계약은 보통 1년 이상 고정된 운임을 받을 수 있다. 머스크의 장기계약 비중은 2020년 50%에서 지난해 65%로 늘었다. 올해는 전체 물량의 70%, 700만FFE(1FFE=4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장기계약으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기계약 운임도 지난해 FFE당 평균 1000달러 올린 데 이어, 올해 평균 800달러 인상할 예정이다.
머스크가 육상과 항공 운송까지 수직계열화한 점도 실적에 자신감을 더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의 상하이 봉쇄 같은 변수로 인해 종합 물류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2020년 물류 자회사 담코(Damco) 등을 흡수 통합하고 아시아와 미국, 유럽의 물류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육상운송을 키워왔다. 또 항공 자회사 스타에어(Star Air)의 사업 부문 등을 이관해, 올해 하반기부터 항공화물 전용 항공사 '머스크 에어카고(Aircargo)'를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류난과 맞물려 화주의 요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 글로벌 해운사들이 물류 영역을 확장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해운사 입장에서도 수익 모델을 다양화할 수 있고,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물류비를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HMM(011200)을 비롯한 국적선사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간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HMM의 연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9.8% 늘어난 16조5216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22.2% 증가한 9조141억원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적선사 모두 머스크보다 장기계약 비중이 작고, 미주 서안 노선이나 동남아시아 노선 등 특정 항로의 매출이 커 스팟계약 운임을 방어하는 것이 실적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국적선사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 선사들이 다음달부터 미국 서안 노선 운임을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1000달러 올리는 일괄운임인상(GRI) 계획을 전달했다"며 "운임이 추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