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009830)이 최근 인수한 미국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에 김동관 대표이사 사장의 최측근 2명이 합류한다. 미국 태양광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화솔루션이 김 대표의 측근이자 태양광 전문가를 파견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REC실리콘은 다음달 2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한화솔루션의 이구영 한화큐셀 대표와 김맹윤 글로벌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RE실리콘은 이번 이사회를 통해 기존 이사진 4명을 모두 교체한다. 나머지 2명의 신임 이사는 이전 대주주였던 아커 호라이즌 인사로 알려졌다.

REC실리콘은 한화솔루션이 21.34%를, ㈜한화(000880)가 12%를 보유한 기업이다. 한화그룹은 이 기업의 지분 16.67%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달 공동 대주주였던 아커 호라이즌이 보유한 16.67%를 추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한화솔루션이 REC 실리콘 지분을 추가 인수한 것은 미국산 폴리실리콘으로 만든 태양광 모듈을 공급해 달라는 현지 고객사 요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REC 실리콘은 미국 워싱턴주와 몬태나주 공장에서 태양광용 1만8000톤(t), 반도체용 2000t 등 총 2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워싱턴주 공장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수력 발전 기반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탄소 발자국이 남지 않는 폴리실리콘을 생산한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향후 태양광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REC실리콘 공장 전경./㈜한화 제공

이구영, 김맹윤 대표는 한화그룹에서 오랜 기간 태양광 사업을 주도했던 인사로 '김동관 사단'으로 통한다. 이 대표는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영업 확장을 주도했다. 한화그룹 태양광사업의 시작점인 한화솔라원에서도 최고홍보책임자(CCO)를 지냈다. 김동관 사장도 한화솔라원에서 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미국 법인장을 맡을 당시 북미 태양광 시장 점유율이 대폭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동관 사장의 태양광 사업 조언자로 알려져있다.

김맹윤 대표는 ㈜한화 솔라사업팀장과 한화큐셀코리아 AP사업개발부문장, 유럽법인장, 인도지사장, 신시장(EM)사업부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직전에는 큐셀부문 유럽사업부문장을 지냈다. 그룹과 한화솔루션에서 오랜 시간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면서 김동관 사장과 손발을 맞췄다.

현재 미국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 기업 대부분은 미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중국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로 사실상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REC 실리콘 역시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REC 실리콘 이사진에 김동관 사장의 최측근이 합류한 것은 그만큼 한화솔루션이 미국 태양광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태양광 업체는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에서 중국은 폴리실리콘·웨이퍼·태양전지·모듈 등 주요 공급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생산용량 77만t 중 중국이 58만4000t을 생산하며 약 76%를 차지했다. 한국은 폴리콘 생산 세계 3위권이었으나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국내 공장은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이런 중국 독점 구조에서 미국 등을 중심으로 태양광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은 태양광세액공제법(SEMA)을 통해 미국산 태양광 제품의 원가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SEM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세금을 돌려주는 정책으로 연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솔루션의 미국 고객사들이 미국산 폴리실리콘으로 만든 태양광 모듈을 공급해 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SEMA 통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SEMA과 통과되면 REC 실리콘 공장도 이른 시일 내 재가동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내년 초 이 공장을 재가동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 맞춰 태양광 사업의 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