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에너지공단 산하 신재생에너지센터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 신재생에너지센터는 문재인 정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핵심 조직이다. 센터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벌써부터 내년도 예산을 100억원가량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작년 12월 선임된 유휘종 신재생에너지센터소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역임했던 환경단체 출신이다.
2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전력(015760) 산하 6개 발전공기업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입찰 방식을 ‘할당제’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 지침’를 개정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발전공기업에 매년 신재생에너지 생산 규모를 의무적으로 부과한다. 발전사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립해 직접 전력을 생산하거나, 민간 신재생 발전업자에게 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의무 공급량을 채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1㎿h를 생산하면 정부가 발전업자에게 발급해주는 인증서다. 민간 발전사업자는 보유하고 있는 REC를 발전사업자에 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 발전공기업은 에너지공단을 통해 6개월마다 경쟁입찰로 REC를 구매했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운영하는 RPS위원회에서 보급 목표 등을 고려해 발전 공기업에 개별적으로 구입 물량을 정해주게 됐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안정적인 경쟁입찰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RPS위원회에서 보급여건 등을 고려해 발전 공기업 등의 입찰물량을 조율해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발전 공기업의 의뢰 물량을 단순 입찰할 경우 매번 입찰 물량의 변동성이 커지게 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입찰시장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RPS(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규칙 개정으로 발전 공기업의 REC 구매를 할당제로 변경하는 ‘대못’을 박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의 설명과 달리 RPS위원회가 각 발전공기업에 REC를 강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조원가량의 REC를 구매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RPS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위원이 누구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 종사자나 시민단체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만 돈다”며 “이런 조직에 발전공기업 REC 구매 총괄을 맡기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센터는 최근 2~7급 직원을 23명 늘려 정원을 당초 180명에서 203명으로 확대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수립 지원 및 주민수용성 해소 전담부서 신설 등이 이유였다. 이는 공단 임직원(740명)의 27%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금융지원사업의 부서장 전결 한도를 기존 30억원 미만에서 50억 미만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부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급자에 보고하지 않고 약 50억원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 빌려줄수 있다는 의미다. 관가에서는 공기업 부서장 전결로 50억원을 빌려주는 정부 제도는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터는 지난달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2023년 예산 130억원가량을 증액하고, 직원 수십명을 충원해달라고 공단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휘종 센터 소장은 민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2008년부터 우원식 의원 비서관, 김상희 국회부의장실 보좌관으로 일했다. 2018년에는 대통령비서실 시민참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9월까지 서울 중구청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서양호 중구청장도 운동권 출신의 민주당 소속이다.
당초 신재생에너지센터장은 에너지공단 직원이 맡아왔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외부 공모로 전환한 뒤 두 번 연속 친여 인사가 맡게 됐다. 외부 공모를 통한 첫 센터 소장은 현 이상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이다. 이 이사장은 2년 임기를 마친 뒤 이사장까지 올랐다. 이 이사장은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및 정책처장,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등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설계자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이사장의 임기는 2025년 1월, 유 소장의 임기는 2023년 12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