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철강사가 올해 1분기 생산량을 지난해 1분기보다 4566만톤(t·6.8%)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철강 수요가 지난해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철강사들이 감산으로 가격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10대 철강 생산국 가운데 인도를 제외한 9개국의 올해 1분기 생산량이 줄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조강(쇳물) 생산량은 2억4340만t으로 지난해보다 10.5%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3.8% 줄어든 1690만t을 생산했다. 이밖에 ▲일본 -2.9% ▲미국 -0.4% ▲러시아 -1.2% ▲독일 -3.7% ▲터키 -4.7% ▲브라질 -2.2% ▲이란 -4.4% 등도 감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마리우풀 아조프탈 제철소의 모습. /타스·연합뉴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 정부는 올해도 감산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공업정보화부, 생태환경부, 국가통계국 등은 “올해 조강 생산량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조강 10억3280만t을 생산, 2020년보다 3% 줄었다. 6년 만에 감소세다. 중국 정부는 올해도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 지역과 창장(양쯔강) 삼각주 지역 등 핵심 철강 생산지에서 대기오염 통제 등의 방식으로 철강 생산량을 조정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철강사들이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작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S&P 글로벌 플래츠는 “부동산 시장 둔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위축 때문에 앞으로 몇 달간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라며 “중국 철강 시황의 관건은 수요 부진 우려를 어떻게 완화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감산에도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철강재 가격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열연강판 가격을 지난 3월 t당 5만원, 4월 10만원, 5월 5만~7만원 인상했다. 현대제철(004020) 등 다른 철강사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열연코일 유통 가격은 이달 현재 t당 136만32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기초 철강재인 열연 가격 인상과 함께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과 컬러강판 등의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철근 가격도 1년 새 35% 이상 올랐다.

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건설과 가전,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철강 수요산업들은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입 철강재로 대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철강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수익성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고로(용광로) 수리·보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2분기에도 철강재 생산량이 크게 늘기는 어렵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4고로(용광로) 개수 공사를 지난 2월부터 시작해 오는 6월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도 다음달 냉연공장을 열흘 간 수리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리·보수 일정은 연간 계획으로 잡혀 있어, 연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2분기에도 타이트한 수급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