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선업계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자 제도 등을 개정하면서 앞으로 국내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용접공·도장공이 늘어날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시급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노동조합은 오히려 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특정활동(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시행하기로 했다. 기존의 600명으로 묶여 있었던 외국인 용접·도장공 쿼터제를 폐지한 것이 핵심이다. 기업당 내국인 근로자의 20%를 외국인으로 채용할 수 있어 올해 2월 기준 최대 4428명의 외국인 용접·도장공이 일할 수 있게 됐다. 또 국내 이공계 유학생이 기량검증만 통과하면 도장공, 전기공, 용접공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유학생 특례제도'도 확대했다.
조선사들과 하청업체들은 이번 정부 대책으로 당장의 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조선업이 활황이었던 2014년 20만3000여명에서 지난해 말 9만2000여명으로 반토막났다. 특히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용접, 도장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가 컸다. 조선업계가 그동안 외국인 노동자 관련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 이유다.
지난해부터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랠리를 이어가면서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수주잔량은 3238만CGT(표준선환산톤수)다. 지난해 동기보다 31%(758만CGT) 늘었다. 업계는 오는 3분기부터 지난해 수주한 물량을 본격적으로 건조해야 해 9500명가량의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사 관계자는 "일단 용접·도장 업무에 외국인 숙련공을 투입할 수 있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전날 '정부가 말한 K-조선 부흥 필살기 실체는 이주노동력 대거 투입'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조치가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조선산업이 세계적 불황을 겪자 조선소를 폐업하는 등 조선산업을 축소했다"며 "그 결과 자국 노동력이 조선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이주 노동자를 노동시장에 투입하면서 일본 특유의 기술 경쟁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한국 조선산업도 일본의 조선산업과 같은 길을 스스로 걷겠다고 선언했다"며 "언 발에 오줌을 누우면 당장은 따스할지 몰라도 결국 그 발은 썩어 들어가 잘라내야만 한다. 산자부가 제출한 조선정책은 한국 조선산업을 스스로 망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 문제도 제기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조선소 내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는 취지다.
정부는 외국인 직원이 입국 후 1년 이내에 총 115시간짜리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을 달기로 했다. 다만 적용을 2024년 상반기까지 유예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조선업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해야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 조(兆) 단위 영업손실을 내 단기간에 처우가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값이 인상되면 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작업은 위험하고, 돈은 덜 주는데 당연히 기피 직종이 될 수밖에 없다"며 "처우 개선이 기본이자 전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