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285130)의 주가 고민이 끝나지 않고 있다. 중장기 투자계획과 역대급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안정적 재무구조까지 인정받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은 SK케미칼이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지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팔아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할 것을 요구해 왔는데, 지금처럼 주가가 낮은 현상이 이어진다면 주주제안이 또다시 이어져 경영 불안정성 확대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케미칼 주가는 지난 18일 12만5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작년 10월 19일 기록했던 52주 최고가(22만8849원) 대비 45%가량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15일엔 11만1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13만7000원까지 오르며 14만원의 벽을 넘는가 했지만, 결국 또다시 12만원대로 내려왔다.

전체 화학업종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SK케미칼 주가는 하락폭이 큰 편이다. SK케미칼을 비롯해 주요 화학회사가 포함돼 있는 KRX에너지화학 지수는 SK케미칼이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45% 떨어질 동안 23% 하락하는 데 그쳤다.

SK케미칼 사옥 전경./SK 제공

SK케미칼이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SK케미칼은 올해 들어 기존 석유화학 제품 중심의 사업을 그린소재로 대체하고, 합성의약품 중심의 제약 사업은 바이오로 재편하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매출을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는 4조원으로 늘리고, 2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고, 배당 규모를 588억원까지 확대하는 등 주주친화정책도 내놨다.

기초 체력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지난해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각각 256.2%, 54.1%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유동비율은 113.2%포인트(P) 올랐고, 부채비율은 67%P 하락했다. 이처럼 안전성 지표가 크게 개선된 가운데, 수익 지표인 영업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13%에서 26.6%로 뛰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SK케미칼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우수한 영업 수익성이 기대되고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바이오에너지 사업 부문의 매각 등으로 자금까지 확보해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SK케미칼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주주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 물적분할과 상장으로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SK케미칼 시가총액은 약 2조2100억원이지만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 시가총액은 약 10조3500억원에 달한다.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8.43%를 보유 중이다. 지주사 할인이 적용된다 해도 지나치게 저평가돼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김철 SK케미칼 대표이사./조선DB

SK케미칼에 주주가치 제고 요구 서한을 발송했던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대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해 신사업에 투자하는 등 SK바이오사이언스 자금이 SK케미칼로 온다면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주주들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SK케미칼에 직접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주주들의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 요구에 충분히 공감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지분 매각의 경우 실행의 대상 선정과 완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SK케미칼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소각까지 나섰지만 아직 그 규모가 주주들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도 있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시장의 유통 주식 수가 줄고 그만큼 주주의 주당 순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의 대표적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SK케미칼이 작년 약 27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587억원 배당에 500억원 자사주 매입·소각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개인 주주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근 SK케미칼이 발표한 미래 청사진이 아직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코폴리에스터 소재 원료를 2030년까지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교체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선 국내 생산 인프라를 해외로 확대하고, 생산능력도 크게 늘려야 한다. 당장 수익을 낼 수도 없다. 다만 중장기 성장 전략이 주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SK케미칼 뿐만 아니라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대부분의 화학사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주가 저평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주주 불만이 극대화되고, 이는 경영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 지난해부터 SK케미칼은 싱가포르 행동주의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와 안다자산운용 등으로부터 공개 주주 서한을 받았는데, 여기에 소액주주연대까지 가세해 SK케미칼을 상대로 주주 행동에 나선 바 있다. 안다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은 지난 1월 소액주주 소송 첫 단계로 꼽히는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