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공익재단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이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대거 매도한 뒤, 그룹 지주사인 HD현대(267250)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아산재단을 활용해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그룹 장악을 뒷받침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HD현대의 배당 수익을 노린 실용적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977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모회사인 현대건설(000720) 창립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서울아산병원 운영 등 의료사업을 비롯한 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이면서 정기선 사장의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이 이끌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 2월 24일 보유하고 있던 한국조선해양 99만주를 858억3300만원에 매도했다. 이에 따라 재단이 보유한 한국조선해양 주식은 168만4436주에서 69만4436주로 감소했고, 지분율도 2.38%에서 0.98%로 줄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이후 2월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15회에 걸쳐 장내 매수를 통해 HD현대의 지분을 26만4042주 사들였다. 이에 재단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은 2월 하순 1.92%에서 2.26%까지 늘어났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당시 거래 단가는 주당 5만1400~5만5200원이었고 거래 금액 합계는 약 140억원이었다. 이에 정몽준 이사장(26.60%), 정기선 사장(5.26%),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0.49%) 및 관계사 임원 등으로 구성된 HD현대의 최대주주등의 지분은 3월초 34.37%에서 4월 15일 34.69%로 0.32% 증가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HD현대 주식 매입이 자금운용 상의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자금운용 상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일부 매각하고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취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주식 거래의 배경에 정기선 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부친인 정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 26.60%(2101만1330주)의 가치는 약 1조2000억원 수준인데, 정 사장이 이를 물려받아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천억원대의 상속·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아산사회복지재단을 활용해 정 사장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 추가 지분 확보 여력을 아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몽준 이사장이 이끄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정 이사장의 장녀 정남이 상임이사가 주도하는 아산나눔재단의 HD현대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정 사장의 직접 부담 없이도 그룹 장악력은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자금 여력이 충분해 HD현대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2월 말이후 HD현대 주식을 사들이면서 140억원을 썼지만, 2월 24일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매각해 858억원을 확보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을 통한 HD현대의 주식 보유가 정 사장의 직접 보유에 비해 그룹 지배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공익법인은 동일인이 지배하는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열사 임원 임면이나 정관 변경, 합병이나 영업양도 등의 경우는 특수 관계인 합산 15%까지 의결권이 허용되고, 주무관청 허가를 받고 공익 재단이 보유한 재산을 우호 관계자에게 매각하거나 대여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되살릴 수도 있다.
한국조선해양보다 HD현대의 배당 성향이 높아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자금운용 측면에서 HD현대를 매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은 그간 조선업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8년째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반면 HD현대는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등의 호실적에 힘입어 2018~2020년 3년간 액면분할 후로 환산해 주당 3700원 선의 배당을 했고, 2021년에는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프리IPO로 확보한 자금 일부를 추가로 투입해 주당 5550원을 배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