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가상화폐 투자로 손실을 본 회사원 김보경(가명·40)씨는 대체 투자처로 '조각 투자 플랫폼'을 눈여겨 보고 있다. 조각 투자는 음악저작권이나 고가의 롤렉스 시계, 한우 등 고가 자산을 지분 형태로 쪼갠 뒤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김씨는 "요즘 뜨고 있는 플랫폼이 막 생겨난 스타트업이고, 사업모델에 대한 검증이 안 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투자하지 못하고 몇 달째 고민만 하고 있다"며 "재테크가 주 목적인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가 보완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회원 수 100만명 이상을 넘긴 음악저작권 조각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스타트업 업계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료 발생 잔여 기간의 예상 저작권료 대금을 원작자에게 지급하고 저작권을 사온 뒤, 이를 누구나 매월 저작권료를 받거나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으로 변환해 플랫폼에 올린다. 투자자들은 여기에 투자해 일정 기간마다 저작권료 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이를 거래해 시세차익을 볼 수도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뮤직카우는 약 1만5000곡을 확보해 1265곡을 거래 중이다. 협업 아티스트 수는 230명, 회원(투자자) 수는 108만5669명이며 누적 거래액은 약 3611억원에 달한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기반으로 전에 없던 사업 모델을 만들면서 그레이존(gray zone·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중간지대)에 있다. 금융당국은 뮤직카우의 사업모델이 증권(금융투자상품)성을 띄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조각 투자 플랫폼은 규제 공백 상태에서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미술품(테사·아트앤가이드), 슈퍼카(트위그), 롤렉스 시계 등 현물(피스), 한우(뱅카우)까지 투자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뮤직카우를 시작으로 조각 투자 플랫폼이 전반적으로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닐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조각 투자 스타트업을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다르지만, '투자자 보호'가 보완돼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국내 금융·핀테크(금융+IT) 전문가로 꼽히는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정부 규제는 유사 플랫폼 업체와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성장 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불법 소지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페널티를 물리는 방식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의 투자 상품을 증권성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모든 유사 업체도 같은 규제를 받아야 형평성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계열 스타트업 고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어도 혁신과 소비자 보호는 같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재테크 목적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