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009830)의 태양광 부문(큐셀)이 지난해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 1위를 지켰음에도 올해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중국이 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화의 태양광 사업이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증권업체의 실적 전망치를 종합하면, 한화솔루션은 1분기에 1100억~1240억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줄어든 실적이다. 특히 큐셀에서 1분기 109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직전분기 대비 적자폭이 445억원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150억원)와 비교하면 7배 증가했다.
한화큐셀은 2020년 4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한화큐셀의 연간 영업손실은 3285억원, 4분기에만 1533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한화큐셀의 적자가 지속되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물류비 부담 증가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태양광 모듈 원자재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고, 물류 비용 증가로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에 천연가스를 의존했던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자립을 위해 태양광 발전을 늘리기로 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 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폴리실리콘 평균 가격은 ㎏당 32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2월 ㎏당 12.2달러에서 2.5배 올랐다.
문제는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지난해 미국 주거용 모듈 시장에서 24.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4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미국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도 20.6%의 점유율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한화큐셀은 미국 주거용과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 2위 기업과 약 10%포인트의 점유율 격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시장 점유율 1위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주로 소재에 집중된 것과 달리 한화큐셀은 기술 우위로 '미드스트림(태양광 전지, 모듈 등)'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계속 발전하면서 프리미엄 전략도 통하지 않고 있다. 모듈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패널(셀·모듈)의 경우 중국이 주로 생산하는 P타입이 한화큐셀의 주력인 N타입의 성능을 따라잡고 있는 추세다. 태양광 패널은 크게 P타입과 N타입으로 나뉜다. P타입은 생산 원가가 저렴하지만 비교적 발전효율이 낮고, N타입은 생산원가가 높지만 P타입 대비 2~3% 가량 효율이 좋아 프리미엄 패널로 통한다. 태양광 발전효율은 통상 20% 수준으로, 효율을 1% 높이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중국 기업들이 기술 투자에 나서면서 P타입 발전효율을 N타입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N타입을 생산한던 LG전자(066570)가 지난 2월 태양광 시장에서 철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화큐셀의 적자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태양광 업체들은 그나마 중국의 대미 수출 제한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런 기업들도 문을 닫으면 미국도 중국에 시장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며 "미국 시장 점유율까지 떨어지면 사업 지속 여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