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원통형 배터리 생산 여부로 갈렸다.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글로벌 원자잿값 상승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도 예상 밖 선전을 한 반면, 파우치형에 주력하는 SK온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1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액은 4조3423억원, 영업이익은 258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4.1% 줄었다. 다만 이는 증권사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가 LG에너지솔루션의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1분기 16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제공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예상을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이유로 원통형 배터리의 선전을 꼽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등에 원통형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원통형 배터리 영업이익이 182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 매출 비중은 34%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테슬라의 차량 인도대수가 전년대비 68% 증가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부문 수혜가 예상보다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2분기에도 1분기와 같이 원통형 배터리의 깜짝 실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2분기 영업이익은 2189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는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8% 늘어난 3조7854억원, 영업이익은 116.5% 증가한 2884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SDI의 호실적은 지난해 3분기 양산을 시작한 차세대 배터리 '젠5'가 견인했다. 젠5는 에너지밀도는 높으면서 재료비는 20% 이상 절감한 배터리다. BMW의 전기차 'i4′, 'iX' 등에 본격 탑재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등에 납품하는 원통형 배터리 공급도 늘어나면서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삼성SDI 제공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SK온의 경우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SK온의 1분기 영업손실은 178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에도 30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배터리 판매 증가에도 미국·유럽 등 글로벌 공장 신규 가동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적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온은 올해 4분기에 분기 기준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내년부터 연간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증권가는 SK온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를 약 3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비안, 루시드모터스 등 미국 내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들은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원통형 배터리를 쓰는 무선 전동공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볼보나 재규어 등 완성차 업체들도 자사의 전기차 모델에 원통형을 채택하고 있어 당분간 시장 성장세는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향후 1~2년 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