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방탄소년단의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S VEGAS’ 공연. /빅히트 뮤직 제공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BTS!(방탄소년단 공식 응원구호)”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체를 물들인 보랏빛 행렬이 콘서트가 열린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절정을 맞았다. 전 세계에서 모인 아미(방탄소년단 공식 팬덤 이름)들은 지난달 열린 서울콘서트 때와 달리 라스베이거스에선 마음껏 환호성을 지르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이들은 방탄소년단(BTS) 공식 응원구호인 멤버들의 본명을 정확한 발음으로 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 로스앤젤레스, 서울에 이은 세 번째 대면 공연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9일(현지 시각) BTS의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2회차 공연이 열린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 인근은 오전부터 전 세계에서 몰려든 아미들로 북적였다.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회당 수용인원이 5만명으로, 오는 16일까지 총 4회 공연에 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전망이다. 실시간 중계 관람 방식인 ‘라이브 플레이(LIVE PLAY)’까지 포함하면 총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 시작 시각인 오후 7시 30분을 30분쯤 앞두고 팬들은 소리를 지르며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시작 5분 전부터 대표곡인 버터 등이 나오자 떼창이 시작됐다. 함성과 떼창이 금지됐던 서울 공연 때와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전날 대형스크린에 생긴 기술적 결함으로 다소 시작이 지체됐던 1회차 공연과 달리 2회차 공연은 정시에 시작됐다.
환호성이 절정에 달할 무렵 BTS가 ‘We don’t need permission(허락은 필요 없다)’이라고 적힌 이동식 LED 전광판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공연이 시작됐다. BTS는 코로나19로 예정된 월드 투어가 취소되면서 보여주지 못했던 곡 ‘ON’을 비롯해 ‘불타오르네’, ‘쩔어’ 등을 부른 뒤 팬들과 영어로 인사를 나눴다. 멤버들은 ‘Scream(함성 소리)’, ‘Make some noise(소리 질러)’ 등을 외치며 코로나 사태 이전과 같이 호응을 유도했다.
팬들도 멤버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치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해외 아미들은 ‘우리가 함께라면 사막도 바다가 돼’, ‘BTS는 아미에게 용기를 줍니다’ 등 한글로 적힌 표지판을 준비해 왔다. 공연 말미에는 각자 들고 있는 아미밤(LED 공식 응원봉)이 색깔이 바뀌어 ‘2022 ARMY ♡ BTS’라는 글자를 나타냈다. 2년 반만에 대면 공연을 재개한 BTS를 위한 팬들의 깜짝 이벤트였다.
BTS 멤버(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들은 앞선 로스앤젤레스, 서울 콘서트와 마찬가지로 유닛곡이나 솔로곡 없이 단체곡으로 세트리스트를 구성했다. 화려한 미술 세트나 소품, AR(증강현실) 등 보다는 무대 위 모습을 담을 수 있게 국내 공연 중 최대 크기인 초대형 LED를 설치해 ‘만남’에 집중했다. BTS의 미국 오프라인 콘서트는 지난해 11월 말~12월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같은 시각 얼리전트 스타디움이 아닌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도 함성이 울렸다. 오프라인 공연과 함께 열린 ‘라이브 플레이(LIVE PLAY)’다. 라이브 플레이는 별도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 실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해 아미들과 함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관람 방식이다. 지난달 개최한 서울 공연의 경우 전 세계 극장에서 ‘라이브 뷰잉(Live Viewing)’을 진행해 75개 국가·지역의 총 3771개 영화관에서 상영됐고, 이벤트 시네마 기준 최다인 약 140만명이 관람했다.
8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BTS 오프라인 공연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라이브 플레이가 열리고 있다. /하이브 제공
이번 라스베이거스 공연의 특징은 투어와 도시를 연결하는 일명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다. 더 시티는 콘서트 개최 전후로 도시 곳곳에 다양한 즐길 거리와 이벤트를 열어 확장된 팬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형 콘서트 플레이 파크’다. 하이브는 콘서트 관람을 포함해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식음료(F&B)와 숙박 등의 경험 요소를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콘서트가 열리는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을 시작으로 약 5㎞에 걸쳐 라스베이거스 곳곳에 마련했다.
공연을 하루 앞둔 7일엔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체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건물의 조명과 네온사인을 보라색으로 바꾸고, ‘보라해거스(BORAHEGAS·보라해+라스베이거스)’라는 글귀로 공연 개최를 축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