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한 가운데, 시장에선 비수기에도 프리미엄 가전제품이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컬러 강판 수요가 늘고 이들 회사의 수익성도 좋아졌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컬러 강판 업체들은 늘어난 원자재 부담만큼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컬러 강판은 철강재에 도료(페인트)를 도장하거나 필름 등을 부착한 제품이다. 일반 철강재보다 톤(t)당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다양한 색상은 물론 나무와 같은 소재의 무늬나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어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쓰인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1분기 매출 가운데 최대치다. LG전자 역시 1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21조1091억원에 영업이익 1조8801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LG전자의 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들이 실적에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LG전자 제공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량이 증가하면, 컬러 강판 수요도 늘어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컬러 강판 생산량은 38만7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최근 5년(2017~2021년) 가운데 최대치다.

그러나 컬러 강판 업체들은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졌다고 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 컸다. 기초 철강재인 열연코일 가격은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22.8%(유통업체에 판매한 가격 기준) 올랐다. 같은 기간 도금에 쓰이는 아연과 알루미늄 가격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각각 18.3%, 24.4% 상승했다.

컬러 강판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제품 업계와 컬러 강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지만,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가전제품은 교체 주기가 짧지 않아 수요가 계속될지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컬러 강판 업체는 연간 생산능력 기준 ▲동국제강(460860) 85만t ▲KG스틸(KG동부제철) 80만t ▲포스코스틸리온(058430)(옛 포스코강판) 35만t ▲세아씨엠 22만t 등이 있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키우면서 업계 1위인 동국제강의 국내 컬러강판 점유율이 2020년 35%에서 지난해 24%로 줄어든 상태다.

컬러 강판 업체들은 이달 들어 제품 가격을 t당 10만원 올리면서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또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올해 1~2월 컬러 강판 수출은 22만6984t으로 전년 동기보다 17.9% 늘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 지난해 같은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컬러 강판 가격이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올라 추가 인상 여력이 크지 않다"며 "원자재 부담이 줄어들지 않으면 컬러 강판 업체의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