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중국 BOE 등 글로벌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에 장비를 납품하는 SFA(에스에프에이(056190))가 반도체, 2차전지(배터리), 유통물류(스마트팩토리) 등 3대 신규 먹거리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투자가 주춤하면서 회사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SFA가 선정한 3대 비(非)디스플레이 부문은 향후 연평균 성장률이 두자릿수로 예상되는 유망 산업이어서 고부가가치 장비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의 신규 수주나 매출 성적 또한 밝을 것이란 게 회사와 증권가의 기대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김영민 SFA 대표는 “최근 5년간 반도체, 2차전지, 유통물류를 신규 먹거리로 보고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해 디스플레이와 함께 4대 사업 축으로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3대 비디스플레이 부문의 매출 비중(연결 기준)은 전체 50% 미만에서 현재 70%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투자가 주춤하면서 제자리걸음이었던 회사 실적 또한 지난해부터 성장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SFA의 매출은 1조5650억원, 영업이익은 1889억원이었다. 증권가는 올해 2차전지, 유통물류 등에서 약 1조원의 신규 수주가 나오며 최대 1조8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보다 15% 증가한 수준이다.
SFA의 사업다각화 배경에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투자가 줄어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에만 집중할 경우 해당 산업이 매년 10~20% 성장해줘야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전방 산업, 외부환경 변화 등에 따라 장비 투자 사이클이 있다”면서 “5년 전까지만 해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을 100개 이상 만들겠다던 중국 업체들이 약 3년 전부터 투자를 많이 줄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은 미국 유력회사 납품을 위해 기존 부품사인 삼성보다 30% 정도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정상적 수율(완제품 비율)이 나오지 않아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품질을 높이는 것으로 우선순위를 선회한 상황”이라고 했다.
먼저 SFA가 눈을 돌린 것은 큰 틀에서 디스플레이와 기술이 비슷한 반도체였다. 김 대표는 “반도체는 디스플레이와 달리 매년 고정적으로 장비 투자액이 크다”면서 “이를 같이 할 경우 투자 사이클에 따른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디스플레이처럼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신규 납품처 발굴보다는 안정적으로 팹을 운용할 수 있는 거래처와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간다”며 “아직 메인 팹에 장비가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으로 장비를 수주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고객사 신뢰를 확보해 향후 2~3년간 영토를 넓혀 매년 3000억~5000억원의 수주 매출을 올리겠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는 평택, 미국 테일러, SK하이닉스(000660)는 용인 등에 각각 대대적인 반도체 라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어 “노동집약적이었던 유통물류 또한 대형물류창고를 두고 어떤 재고를 어느 시점에 얼마나 가져가는지 등 재고 운영에 대한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쿠팡, 컬리, 이마트, 롯데 등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투자를 급속히 늘리고 있어 앞으로 10년간은 고부가가치 장비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SFA는 최근 4년간 유통업체들이 운영 중인 초대형 물류센터에 있는 스마트재고관리를 위한 핵심 장비를 개발, 대부분을 내재화했다. 그는 “많은 설비업체들이 외국에서 상당 부분을 수입해 연결, 납품하는 데 그치고 있으나 SFA는 장비를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고, 비용·고객사 인도 기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차별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2차전지도 회사가 기대하는 핵심 성장축이다. 김 대표는 “옛날에는 배터리 셀이 나오면, 사람이 눈으로 보고 불량 여부를 판단했으나 사람이 24시간 교대로 투입돼야 하는 작업인데다 작업자 숙련도에 따라 판단 오류가 있을 수 있었다”라면서 “SFA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영상으로 양품을 판별하는 외관검사기, 마찬가지 기술로 셀 내부에 화재를 감시할 수 있는 비파괴검사기를 보유하고 신규 수주를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 성적으로만 놓고 봤을 때는 유통물류가 가장 성적이 좋고, 2차전지가 그 뒤를 이을 것 같다”면서 “(주력인)디스플레이 역시 올해부터는 TV용 OLED 투자를 검토하는 등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에 대해서는 “매년 조 단위 매출을 내고 있기 때문에 향후 6개월치의 안전재고를 갖고 있으며, 고객사 납품기일을 가급적 당기기 위해 계약체결 전에 관련 부품 발주를 내는 식으로 신속하게 결정해 위기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