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이 빨라지고 있다. DT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전부터도 진행 중이었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정보기술(IT) 기업 뿐 아니라, 금융이나 제조업종 등 전통적인 비IT 업종도 DT를 추진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소비자들이 DT에 익숙해져, 기존의 방식만 고수하면 새로운 기회를 놓치고 실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DT 추진에 나선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3곳 정도만 DT 효과를 보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세계적으로 DT에 성공한 기업들과 국내외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DT 성공조건에 대한 조언을 들은 이유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조선 디자인팀

세계보건기구(WHO)가 1월 13일(이하 현지시각)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에게 관절염 약인 ‘바리시티닙’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권고하자,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전문 업체인 영국의 베네볼런트 AI(Benevolent AI)가 주목을 받았다. 이 업체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된 무렵인 2020년 2월, 바리시티닙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을 통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신약 후보물질 발견에 5년 이상이 걸렸지만, 이 회사는 AI를 활용, 수백만 건의 연구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분석할 수 있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나 모더나가 1년여 만에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백신 설계와 합성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덕이었다. 덕분에 모더나의 2021년 매출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대비 300배 증가했다. 화이자와 함께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영국의 AI 스타트업 인스타딥과 공동 개발한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를 WHO가 우려 바이러스로 지정하기 평균 두 달 앞서 경고한다.

자료=피치북

전통적인 제약업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이 혁신을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디지털 전환을 의미하는 DT가 빨라진 배경에는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있다. 코로나19 발생 반년도 지나지 않은 2020년 5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코로나19 때문에 2년 걸릴 DT가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얘기했을 정도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T 투자액은 1조8000억달러(약 2221조원)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1조1800억달러) 대비 약 5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업들이 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DT를 서두르는 이유는 실적 개선과 맞닿아 있어서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DT 추진 기업의 3개년 평균 매출이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55%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근무와 소비, 여가 활동 등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DT는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매장 중심의 글로벌 업체 중 일부는 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준비한 덕에 팬데믹 타격을 비껴갔다. 월마트는 지난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70% 늘었다. 하지만 DT가 곧 혁신 성공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2021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전 세계 DT 추진 7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35%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코노미조선’이 DT 성공 업체들을 인터뷰하고 DT의 성공법칙을 도출하고자 한 이유다.

법칙 1│데이터 통합에 승부 걸어라

고객사의 DT를 돕는 마틴 킨 세일즈포스 마케팅 클라우드 전략 담당 수석 부사장은 “DT 전략을 짤 때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은 통합된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통합 데이터는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신상품 기획 혁신에 기여한다. 글로벌 바이크 제조 업체인 할리데이비드슨은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같은 디지털 기술을 결합시킨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 제조 시간과 생산량, 작업장의 온도나 습도 등의 데이터까지도 통합해 연간 2억달러(약 2400억원)에 이르는 운영비 절감 효과를 봤다. 물류 데이터는 재고 파악과 부품 수급 예측 등을 하는 데 쓰기도 한다. 플로리안 호헨바터 메르세데스-벤츠 유럽·아프리카 제조 책임자는 “부품 공급사나 운송 서비스 업체와의 (거래)정보 교환 등을 데이터화해 전 세계 부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객 데이터는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 130년 역사를 가진 코카콜라가 설치한 스마트 자판기들은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연결돼 있어 미국 본사에서 시간과 지역대별로 어떤 음료가 얼마나 팔렸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코카콜라가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기반이 된다.

법칙 2│CEO가 직접 챙겨라

DT의 성공은 CEO의 리더십과 추진 의지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DT는 IT 담당자들이 특정 사업부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고 경영 전반을 변화시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를 디지털 뷰티 회사로 재정의한 세계 1위 뷰티 업체 로레알의 장 폴 아공 전 회장이나 실적악화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하워드 슐츠 창업자가 DT를 성공시킨 대표적인 리더들이다.

아공 전 회장은 2010년을 ‘디지털의 해’로 선포했고 2014년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라는 직책을 신설해 제품 생산, 유통, 영업, 마케팅 등 여러 기능의 부서 역량을 DT라는 목표 아래 통합시켰다. 그 덕에 매출 중 5% 미만이었던 이커머스 비중이 2021년에는 약 30%까지 올랐다.

저가 커피점 공세에 순이익이 전년 대비 53% 감소하자 이듬해인 2008년 CEO로 복귀해 2017년까지 진두지휘한 슐츠 CEO는 매장 운영부터 상품 판매까지 디지털 이용 방식으로 바꾸는 것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덕분에 팬데믹이 강타한 2021년에도 스타벅스 매출은 전년 대비 23.6% 증가했고, 한 주에 1억 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커피 매장 글로벌 1위를 굳히고 있다.

법칙 3│디지털 인재를 품어라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업체 나이키는 2021년 12월 가상 패션 전문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스튜디오인 ‘RTFKT’를 인수했다.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에서 가상의 운동화나 의류 NFT를 파는 사업을 준비하면서 관련 인재 확보를 위해 M&A를 택한 것이다. 디지털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벤처펀드를 조성한 로레알은 2018년 안면인식 및 증강현실 기술 스타트업인 모디페이스를 인수해 자사 가상 뷰티 체험 서비스를 발전시켰다.

국내에선 롯데그룹이 메타버스 사업을 준비하면서 인재 확보를 위해 2021년 가상현실(VR) 기술 업체인 ‘비전VR’을 인수했다. 고액의 연봉으로 외부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는 기업도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올해 1월 디지털 인재 영입을 위해 자신보다 많은 연봉 최대 10억엔(약 100억원)을 내걸었다. 물론 전사적인 DT는 해킹 등 사이버 범죄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 나델라 CEO는 올 1월 MS 미래 준비 콘퍼런스에서 “사이버 범죄가 세계 경제에 입히는 피해가 연간 6조달러(약 7404조원)에서 2025년에는 10조달러(약 1경2340조원)로 늘어날 것”이라며 “모든 조직들은 종합적인 보안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디지털 전환의 시대, 애자일 경영’의 저자 닐 퍼킨 ‘ONLY DEAD FISH’ 창업자

”팬데믹 이후 DT 가속화…민첩성 높인 조직이 성공할 것”

심민관 기자

닐 퍼킨 ‘온리 데드 피시(ONLY DEAD FISH)’ 창업자 겸 대표. 사진 닐 퍼킨

“DT의 성공 비결은 보다 민첩한 조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핵심이다.”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컨설팅 회사인 ‘온리 데드 피시(ONLY DEAD FISH)’의 창업자인 닐 퍼킨(Neil Perkin) 대표는 3월 19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퍼킨은 지난해 베스트셀러인 ‘디지털 전환의 시대, 애자일 경영(Building the Agile Business Through Digital Transformation)’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애자일(agile)은 민첩하다는 뜻이다.

DT를 정의한다면.”디지털로 강화된 세상에서 목적에 부합하도록 회사의 자원, 우선순위 및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재창조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애자일 경영은 무슨 관계인가. “애자일 경영은 전통적 사무 환경에서 부서 간의 경계를 허물고, 직급 체계를 없애 직원 개인에게 독립된 의사 권한을 준다는 의미로 쓰인다. 기존 방식을 최적화할 뿐 아니라 사업 모델과 서비스 및 고객과의 관계를 혁신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려면.”성공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설정하고, 기술 스택(Tech Stack·어떤 시스템이나 프로그램 등을 개발할 때 기반이 되는 기술과 프로그램들)에서 업무 관행, 기업 문화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전환 성공을 위한 중요 요소들을 분석한 뒤 애자일 원칙을 적용해 실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소영 기자, 김보영 인턴기자, 박소이 디자이너
안소영 기자, 김보영 인턴기자, 박소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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