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정권말 알박기 인사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내부 인력 이탈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31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최근 현대중공업에서 사무, 기술, 설계, 연구 인력 수백명을 모집하는 채용 공고에 상당 수의 대우조선 직원들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일부 직군에 대해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최근 면접 전형을 실시했다.
대우조선지회는 직원들의 이탈 조짐에 대해 근로조건, 임금체계, 복지축소 등 수년 동안 제기했던 처우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경영진의 안일한 대처가 인력 유출을 막지 못하고 더 큰 인력 공백을 만든다면 대우조선해양의 재도약과 정상화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아직 2021년도 임단협 교섭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지회를 비롯한 직원들은 동종업계 대비 처우가 열악해진 원인으로 산업은행을 꼽는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벌이면서 직원들의 처우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0년부터 올해로 22년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직원은 "수년 전 산업은행이 주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숙사, 사원아파트를 매각해 많은 직원이 거리에 나앉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애드미럴호텔을 비롯한 옥포 사원 아파트 단지 부지를 매각한 바 있다. 이 직원은 "조선사 핵심 인력인 R&D 부문 직원들은 다른 조선사보다 연봉이 1500만원가량 낮은 탓에 이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감은 늘어나는데 정작 일할 사람들은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국내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조선3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삼성중공업 7500만원 ▲현대중공업 7056만원 ▲대우조선해양 6700만원 순이었다. 2012년 말 대우조선해양의 평균 연봉은 7700만원이었다. 10년 사이 13%가량 낮아진 셈인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제 직원들이 체감하는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직원 수는 1만2781명에서 8802명으로 약 31% 감소했다. 오랜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들어 다른 조선사에서 연봉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경력직을 빼가고 있다는 게 지회의 주장이다. 직원들 사이에선 '기술은 대우조선에서 배우고 돈은 다른 조선소에 가서 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정말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 직원들의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기 위해선 인력 축소와 연봉 감축이 불가피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몸집이 가벼워야 외부에 매각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호텔과 아파트를 매각한 것도 2015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경영개선 자구계획 이행 차원에서 이뤄졌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저하된 직원들의 사기를 다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박두선 신임 대표를 둘러싼 '알박기 인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2~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르면 올해 4분기에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면서 "자꾸 구설수에 오르고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