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임기가 사흘 남은 가운데, 청와대 임명 제청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에 정 사장의 1년 연임을 추진해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관가에서는 한수원 사장 인사가 차기 윤석열 정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까지 정 사장의 연임과 관련해 청와대에 제청을 요청하지 않았다. 정 사장은 지난해 3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에 성공해 이달 4일 임기가 끝난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1월 한수원에 정 사장의 1년 연임을 통보했다. 한수원은 지난 2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정 사장의 연임안을 통과시켰다. 정 사장의 연임은 산업부의 제청과 대통령 재가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한수원도 현재 사장 연임에 대한 어떤 절차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오는 2일과 3일이 주말이라는 점과 청와대 제청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정 사장은 재연임 없이 4일 임기를 만료할 전망이다. 연임 재가나 후임 인선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정 사장은 임기를 마친 상태에서 사장직을 계속 수행하게 된다.

그래픽=이은현

관가와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재연임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에 앞장 섰던 정 사장의 연임을 추진하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에너지 업계는 ‘알박기 인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 사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연루돼 배임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 당선인이 탈원전 폐기를 공약한 만큼 정 사장의 재연임은 부적절한 인사라는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산업부도 연임 절차를 일단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인사는 “청와대에서 강행 의지가 있었다면 이미 결정이 났을 것”이라며 “주말 동안 산업부가 무리해서 청와대에 연임 제청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가는 정 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동안 사장직을 계속 수행하되, 연임이나 후임자 선임 등은 차기 정부가 결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이 알박기 인사에 불편한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 사장 연임을 강행해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오는 5월9일까지라 정 사장은 임기 만료 후에도 한달 이상 사장직을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청와대가 남은 임기 동안 인사권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정 사장의 연임이 재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사장의 연임 추진에 대해 “국민이 판단하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펼쳐질 인사 방향은 ‘상식’, ‘공정’, ‘순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