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해 ‘배드뱅크’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한 가운데,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도 이를 근본적 해결 방안으로 꼽은 보고서가 나왔다. 배드뱅크는 부실 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을 뜻한다.
31일 중기연구원에 따르면 이정환·정재훈·임수환 연구원은 ‘소상공인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소상공인 부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소상공인 전용 징검다리 펀드(배드뱅크) 조성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정환 연구원 등은 “국내 소상공인들은 창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과도한 부채를 안고 폐업하면 신용불량자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 영향으로 폐업할 경우 일시에 갚아야 할 부채가 작지 않아 사업이 부진해도 폐업하지 못하고 대출로 연명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고 했다.
연구원은 대출만기 연장과 상환유예조치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평균 대출 규모가 3억3000만원, 원리금 부담이 월 최대 25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소상공인의 54.8%가 50~60대 고령자여서 폐업 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도 쉽지 않다.
연구원은 소상공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정부 출자와 시중은행 출연금으로 배드뱅크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배드뱅크가 소상공인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채무를 재조정해 한계 소상공인의 폐업을 촉진하는 방안이다. 특히 배드뱅크와 함께 최근 논의 중인 50조원 규모의 손실보상금을 병행하면 광범위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은 이밖에 폐업 비용 지원 확대, 교육 지원 연계 강화, 고령자 소상공인 대상 전직 교육 강화 등의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또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소상공인 부채 문제에 집중하는 범정부적 통합 조정기구를 계속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선임연구원은 “통합 조정기구를 중심으로 차기 정부 내 한계 소상공인의 원활한 퇴출을 통해 자영업자 비중을 유럽 평균인 약 15%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약 17% 수준으로 줄이도록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