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면서 항공사들이 앞다퉈 국제선 증편에 나서고 있지만, 슬롯(Slot·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권리) 제한에 발목이 잡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방역 당국은 인천국제공항의 시간당 국제선 착륙 횟수를 코로나19 이전의 4분의 1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방역 정책 완화에 맞춰 2년가량 이어진 슬롯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제선 운항 횟수는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아닌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에서 월 단위로 결정된다. 방역 당국은 2020년 4월부터 인천국제공항의 시간당 여객기 도착 편수를 10회로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시간당 40편 이상이었다. 여기에 심야에도 국제선 항공편이 공항에 착륙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다. 해외 입국자를 용이하게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항공업계는 2년가량 이어진 강도 높은 슬롯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난 21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조치를 면제하면서 여객 수요는 되살아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5~27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4만6926명으로, 일주일 전인 4만162명보다 16.84%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경우 자가격리 면제 조치가 시행된 이후 이전 대비 미주·유럽 노선의 예약자가 100%, 동남아 노선에선 8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와 미뤄왔던 신혼여행 수요가 함께 반영된 결과라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설명이다.

여객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운항이 가능한 비행기 편수가 제한되면서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방역 당국의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격리 면제 지침과 함께 여객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 맞는 새로운 국제선 운항 방침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항공을 비롯한 대형항공사(FSC)의 경우 화물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여객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저비용항공사(LCC)도 대형항공기를 도입해 국제선 노선 증편을 꾀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제선 운항횟수를 제한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항공업계는 슬롯 제한이 지속되면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더 비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의 영향도 있지만, 항공편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여객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국제선 항공권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보다 50~100%가량 올랐다. 다음 달 1일 인천에서 미국 뉴욕으로 떠나 8일에 돌아오는 직항편의 가격은 200만원 수준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2배가량 비싸다.

정부의 입국자 격리 면제 지침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남아를 비롯한 휴양노선이 정상화되려면 가족 단위 수요의 회복이 필수인데,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없는 미성년자와 의학적 사유로 인한 미접종자는 7일간의 격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백신 접종자에 한해서만 자가 격리를 면제해주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융통성 있는 출입국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단편적인 방역 정책 완화만으로는 항공업 회복이 힘들다. 전향적인 방역 정책과 지원이 이뤄져야 국내 항공산업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