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문재인 정부와 KDB산업은행이 추진했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매각을 통해 민영화 혹은 정상화를 추진했던 기업 중 성공한 사례는 대우건설(047040)이 유일하다. 대우건설 역시 투입된 공적자금 중 1조원가량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저가 매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는 각국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통과라는 까다로운 절차가 남았다.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이 관문을 넘지 못해 무산됐고, KDB생명은 인수자의 적격성 문제로 당국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실패가 차기 윤석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배제 결정을 내리고 4월 1일로 예정된 관계인 집회도 취소했다.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의 기일 내 잔여 인수대금 미납을 이유로 M&A 투자계약을 해지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쌍용차는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해 새로운 회생계획을 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산업은행 제공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새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쌍용차 매각 입찰 때 카디널 원 모터스(HAAH오토모티브 새 법인)와 미국 LA 기반 전기차 업체 인디EV 등이 참여했으나 모두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지 못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유일한 유효 입찰자였다. 에디슨모터스 또한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인수자금 동원력에 의구심이 제기됐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매각을 강행했다.

이번 매각 무산으로 문재인 정부와 기업 구조조정의 키를 쥐었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동종업계 '짝짓기' 전략을 적용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도 올해 초 무산됐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의 조선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의 기업 결합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역시 각국 경쟁당국의 결합심사를 거쳐야 한다.

최근 국가 간 견제가 심해지면서 이런 빅딜(Big Deal) 결합심사를 불허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중국 앤트 파이낸셜의 미국 머니그램 인수와 2021년 중국 사모펀드의 미국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도 이런 이유로 무산됐다. 중국은 2018년 미국 퀄컴의 독일 NXP 인수와 2019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를 반대했다. 독일 역시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독일 실트로닉 인수를 반대해 거래가 무산됐다. 최근에는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도 각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철회됐다.

문재인 정부의 동종업계 짝짓기 전략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불허 사례를 분석해보면 해운, 조선, 항공 등 물류업 비중이 높다. 그만큼 기간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각국의 의지가 강한 것"이라며 "대우조선이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역시 이런 결합심사 통과 여부를 우선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매각을 끝내려는 조급함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우조선은 최근 매각 실패를 계기로 졸속 논란이 불거졌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우조선 매각 발표를 하루 앞둔 2019년 1월 30일, 기획재정부가 매각 수의계약 가능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3시간 34분 만에 끝내고 산업은행에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인 법령해석 사무처리 기간이 14일 이내인 것에 미뤄 볼 때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 서 의원의 지적이다. 서 의원은 산업은행의 질의 문구도 수의계약을 위한 유도 질문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역시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인수가 무산된 지 2개월 만에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플랜B'가 발표됐다. 당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었다"며 매각을 서두른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결합심사 통과 등 최종 매각 완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달만에 '골든타임'이라는 이유로 두 항공사의 빅딜을 추진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서 있다. /뉴스1

산업은행의 자회사였던 KDB생명 민영화 역시 비슷한 경우다. 산업은행은 2020년 12월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와 KDB생명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나, 1년 넘게 매각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JC파트너스가 보유한 MG손해보험 경영 부실을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MG손보의 정상화가 실패하면 KDB생명 매각도 무산될 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JC파트너스에 매각될 당시 이미 업계에선 자금 조달력이나 MG손보 부실 문제 등으로 매각 실패 우려가 많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민영화에 성공한 대우건설 역시 투자금 회수율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우건설에 3조2000억원의 정책자금이 투입됐지만, 최종 2조671억원(회수율 64%)을 회수하는 데에 그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기업 구조조정은 그대로 차기 윤석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HMM(011200) 민영화, 대우조선·쌍용차 재매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완료 등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을 떠안게 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두산 정상화, 대우건설 매각 등 구조조정 성과도 있었지만, 대우조선이나 쌍용차,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차기 정부에선 시장을 신뢰하고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주도형 기업 구조조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