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금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건화물(벌크) 시장에 대형 변수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벌크선 운임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대외 변수에 더해 선박 탄소배출 규제,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도 향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소강된 이후에도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 동향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올해 들어 1200포인트대에서 2700포인트대를 넘나들며 요동치고 있다. 올해 첫 집계인 1월 4일 BDI는 한달 만에 28% 떨어진 2285포인트를 기록하다 20일 만에 1296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이후 소폭 증가하다 한 달 만에 다시 2000포인트대로 올라섰고, 이달 14일 2727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하락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BDI는 오르고 내렸지만 올해처럼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벌크선 운임이 이같이 큰 폭으로 등락하는 데엔 1분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연이어 생겨난 강한 외부 변수들이 원인으로 꼽힌다. 벌크선은 광석과 석탄, 곡물 등 건화물을 싣는데, 1월 초 인도네시아가 전력 생산을 이유로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석탄 공급망이 출렁였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석탄 무역량 가운데 36%를 차지하는 대규모 수출국이다. 북반구 전력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1월에 인도네시아가 열흘 넘게 석탄 수출을 막고 자국 내 우선 공급 방침을 세우자, 인근 해상에서 선적 대기 중인 벌크선 수는 전달 대비 40%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2월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종 원료의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렸다. 러시아는 인접국인 중동과 유럽에 에너지 원료를 수출해왔는데, 유럽의 러시아산 석탄 의존도는 46%에 이른다.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는 40%, 27%다. 러시아의 고철 공급도 멈추면서 고철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이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최대 곡물 수출국인 만큼 곡물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이전까지 흑해와 대서양을 오가던 벌크선들은 미주와 아시아·오세아니아에서 대체재를 실어오기 위해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향하게 됐다. 이 때문에 운항 거리가 대폭 늘어나, 선박 부족 현상이 심화돼 운임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올 초 브라질 주요 광업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해 철광석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중국이 자국 내 철광석 재고 소진을 우선하면서 수출입 물량이 줄어든 점은 운임 하락 요인이 됐다.
급변하는 정세로 올해 글로벌 건화물 물동량 전망도 조정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물동량이 지난해보다 1.9% 늘어날 것으로 지난달 전망했으나, 흑해산 곡물과 유럽향 석탄 물동량 감소를 고려해 0.7%로 낮췄다. 주요 화물별 증가율도 석탄은 1.1%에서 0.7%로, 곡물은 3.2% 증가에서 3.2%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운임 급등이 당장은 벌크선 시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정전협상 체결 여부와 유럽의 대(對)러시아 제재 강도, 우크라이나 재건 등과 관련한 변수들은 여전히 많다"며 "상황 변화에 따른 빠른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밖에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배출 규제 등에 따른 중장기적 여파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