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 동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린 HMM(011200)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현금배당률과 영구전환사채(CB) 상환, 매각 이슈를 두고 사측과 소액주주 간에 논쟁이 오갔다. 소액 주주들은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HMM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내려 했다며 이 때문에 주가가 곤두박질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보유 중인 물량 때문에 주가 상승이 억제되고 있다며 자사주 소각을 검토할 계획이 있느냐고도 따졌다.

배재훈 HMM 대표이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빌딩 동관에서 열린 HMM 제4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

HMM 소액주주연대 대표자 홍모씨는 먼저 HMM의 주주 배당률과 관련해 "배당률이 그동안 나온 실적에 비해 한없이 작다. 어떤 기준으로 나온 것이냐"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국책기관으로서 차등배당을 포기하면 가능한 것인데 원치 않은 것이냐"고 했다. 이어 CB 조기 상환과 주가 상승을 위한 자사주 소각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배재훈 사장은 "배당률은 상법에 의거해 주주들의 가치 제고를 위한 방법을 검토 끝에 결정하게 됐다"며 "주당 600원(배당률 2.2%)은 코스피 주요 기업의 시가 배당을 참조해 결정했다. 코스피 상위 100개사 평균은 2.1%"라고 답했다. 다른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차등배당에 대해선 "법률 검토 결과 불가함이 확인됐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차등배정은 주주평등주의에 위배된다"며 "민간기업의 경우 대주주가 이익을 포기하는 사례도 일부 있지만, 공공기관은 기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공익이 전제되거나 정책적 합리성이 부과되지 않으면 이익 포기 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CB 상환에 대해선 "영구채는 회사 경영난 시기에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했다. (CB 발행을 통한 운영자금이) 안 들어왔으면 우리가 어떻게 될지 몰랐던 상황"이라며 "영구채는 계약조건에 따라 실행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대응책 강구가 극히 제한적이다. 영구채 이자율 상승 도래 시점에 재무구조를 고려해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매각 이슈에 대해선 "회사가 답변 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자사주 소각을 두고는 "투자가 우선"이라고 답했다. 배 사장은 "작년에 상당한 수익을 냈지만, 미래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와 글로벌 선사간 경쟁 속에서 경쟁력 확보와 지속하기 위한 투자가 우선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주주 A씨는 배 사장의 답변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 '립서비스'라고 비판했다. 그가 "회사가 해진공과 산은의 눈치만 본다", "주주 친화 정책을 할 거라면 CB 상환 이정표나 진행 상황 정도는 공개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 "왜 함구하고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느냐"며 큰 소리로 따지자, 다른 주주들이 "조용히 하세요", "빨리빨리 진행하자", "당신들 주총 '꾼' 아니냐"고 고성을 지르며 장내엔 잠시 소란이 일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의 대표이사에 취임 건과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건이 의결됐다. 임기는 2년이다. 이밖에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도 일부 잡음은 있었으나 원안대로 의결됐다.

배 사장은 인사말에서 "주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와 격려를 바탕으로 모든 임직원들의 노력과 헌신을 통해 사상 최대의 실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며 "회사는 작년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추가로 발주하여 2024년 상반기까지 모두 인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벌크사업 부문은 올해 초 벌크 부문에 합류시킨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확대하고, 강세 시황이 지속되고 있는 드라이벌크의 실적개선을 위해 기존 전략화주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더욱 향상시키겠다"며 "HMM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경쟁사들보다 선제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체질을 갖추어 성장해 나가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