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차량을 고르고 있는 외국인 구매자. /민서연 기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중고차 판매 수익이 완성차 판매 수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대차(005380), 기아(000270)가 중고차 사업에서 신차 사업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가 분석한 2019년 기준 미국 중고차 1대당 수익은 2300달러로, 신차 1대당 수익(1200달러)보다 2배 가량 높았다. 미국 딜러사의 전체 매출 중 신차 판매가 58%, 중고차 판매는 31%를 차지하는 가운데 수익 비중은 신차 26%, 중고차 25%로 큰 차이가 없었다. 영국 역시 중고차 1대당 수익이 2337달러로, 신차(1959달러)보다 높았다.

정부는 지난 17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하고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사업 합산 매출액이 2년 뒤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중고차 판매 이익이 신차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특히 현대차는 중고차 부문을 시작으로 현대모비스(012330)의 수리용 부품 판매와 정비, 현대글로비스(086280)의 경매 사업까지 이어지는 서비스 사업의 사이클을 완성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신차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고차로 수요가 몰리면서 중고차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자동차 평가기관인 ‘아이씨카’(iSeeCars)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은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작년 동월 대비 가격이 6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판매량 5위를 기록한 기아 포르테의 가격은 작년 대비 51.8% 올랐고, 6위인 기아 리오는 51.4%, 7위인 쏘울은 48.1% 각각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중고차 수요가 이미 커진 상황에서 완성차 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가격을 자체적으로 조정할 경우 가격 상승률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