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알았는지 포켓몬 스티커를 따로 파느냐는 전화가 하루에 50통씩 옵니다."
지난 22일 경북 경산시의 스티커 전문 중소기업 환타스틱스 공장. 사무실 문에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대표 캐릭터인 '피카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SPC삼립(005610)은 지난달 포켓몬빵을 다시 출시했다. 포켓몬빵에 들어있는 포켓몬 스티커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일 수 있는 스티커)'을 모으는 것이 크게 유행하면서, 포켓몬빵은 한달 만에 약 700만개가 팔렸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포켓몬 스티커를 수만원에 거래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환타스틱스는 포켓몬빵에 들어가는 포켓몬 스티커를 전량 생산·공급하고 있다. 포켓몬 스티커의 인기가 커지면서 환타스틱스에 걸려오는 전화도 하루 50통까지 늘었다. 김영회(35) 환타스틱스 대표는 "전화가 와서 따로 포켓몬 스티커를 살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고, 아예 돈을 댈 테니 포켓몬 스티커를 생산하자는 제안도 있었다"며 "라이선스 문제도 있고 계약 관계상 신의도 지켜야 해서 따로 결코 따로 판매하거나 유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도 포켓몬 스티커를 구할 수 있는지 부탁하는 일이 많지만, 환타스틱스가 자체 생산하는 다른 스티커를 주면서 거절한다고 했다. 수량 확인은 이중으로 이뤄진다. 최종 재단 과정에서 재단기가 자동으로 수량을 집계하고, 불량품을 제외한 정품은 별도로 정리해 관리한다.
포켓몬빵이 인기를 끌자 음모론까지 불거졌다. 품귀현상을 만들기 위해 포켓몬 스티커 생산을 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회사 직원 27명이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만들고 있다"며 "다른 고객사에 양해를 구해가면서 포켓몬 스티커 납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50m 길이의 설비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스티커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7단계다. 우선 스티커로 제작하기 적합하도록 외곽선 등 디자인을 다듬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스티커를 인쇄할 수 있는 판을 제작한다. 이후 종이를 가공하고, PVC(폴리염화비닐) 원료 등을 투입해 스티커를 형성한다. 컬러를 입히고 후가공까지 거친 뒤 최종적으로 재단해 낱개 스티커로 만들면 완성품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다하는 데 최소 3주가 걸린다. 디자인 수정 등이 오래 걸리면 최대 6주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환타스틱스는 김 대표의 아버지가 1983년 세운 스티커회사 유니테크가 뿌리다. 1999년부터 포켓몬빵에 들어가는 '띠부띠부씰'을 생산했다. 이때 사명도 수출용 상표였던 환타스틱스로 바꿨다. 일반 스티커가 접착제를 쓴다면 띠부띠부씰은 점착제 기반이어서, 여러 차례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 "포스트잇과 비슷한 원리"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1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회사를 이어받았다. 회사의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 지금 유통되는 포켓몬 스티커도 아버지 때 생산한 1기 포켓몬 스티커(1999년~2002년)와 차이가 있다. 다양한 색상 표현이나 디테일한 선 묘사가 가능해졌고 스티커를 붙이는 면의 바탕색에 따라 스티커 색깔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김 대표는 "유리에 스티커를 붙일 때 앞과 뒤로 2번 작업하지 않도록 양면이 다른 스티커를 하나로 인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번 포켓몬 스티커에 이 기술을 적용해 어떤 바탕색에 붙여도 선명한 색깔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포켓몬빵을 비롯해 SPC삼립의 '디지몬빵' '케로로빵' '펭수빵' 등에 함께 들어가는 스티커도 모두 환타스틱스가 만들었다. 일본의 다이이치빵이 만드는 포켓몬빵 스티커도 환타스틱스가 모두 납품하고 있다. 환타스틱스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면서 SPC삼립을 비롯해 고객사 중에는 20년 이상 거래를 이어가는 곳이 많다. 일본 외에 미국, 중국, 이탈리아 등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에도 환타스틱스가 자체 생산하는 스티커를 팔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대량 생산을 중심으로 한 고객사를 더 확보할 계획이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직원도 더 채용하고 있다. 한때 스티커 수요가 줄기도 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거리두기를 표시하는 스티커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정이 나아졌다. 환타스틱스의 연 매출은 2019년 20억원에서 지난해 30억원으로 늘었다.
환타스틱스의 목표는 '100년 기업'이다. 김 대표는 10년 안에 매출을 2배 이상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질적인 측면에서 환타스틱스의 스티커를 따라갈 업체가 없다는 자부하고 있다"며 "일본 같은 경우에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많은데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