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문화로 유명한 방산·조선 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들이 연이어 첫 여성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
25일 방산·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상장사 5곳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여성 사외이사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임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지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조영희 엘에이비파트너스 파트너 변호사와 판사 출신의 박현정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했다. 이들은 모두 법률 전문가로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 경영 감독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현대미포조선은 김성은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를, 현대일렉트릭은 전순옥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김성은 교수는 2010~2015년에 한국씨티은행 사외이사직을 수행했었고, 제19대 국회의원 출신의 전순옥 전 의원은 노동사회학 전문가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다. 또 다른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도 오는 28일 정기 주총을 열고 첫 여성 이사로 최경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임할 예정이다.
방산업계에선 한화시스템(272210)과 현대로템(064350)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뽑았다. 현대로템의 첫 번째 여성 사외이사가 된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평택대 외교안보전공교수와 남북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상명대 국방예비전력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안보·국방 전문가로, 방위산업 부문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화시스템은 포스코 기술대상 등을 수상한 황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새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기업은 2022년 7월 전까지 이사회에 여성을 1명 이상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 그동안 남성으로만 이사진이 꾸려졌다면,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이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등은 2020년, 2021년에 여성 이사를 선임했다.
대다수의 중후장대 기업들은 여성 등기임원이 전무해 고민이 큰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로 남성들이 많이 진출해있는 업계다 보니 여성 전문인력이 많지 않아 적절한 후보를 찾기 어렵다"면서 "두산중공업과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이번 주총에서 교체할 이사진을 남성으로만 채웠다"고 말했다.